롬니 부인 앤 “47년간 동행… 실망시키지 않을 남자”

입력 2012-08-29 19:15

“이 남자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허리케인으로 일정이 축소돼 사실상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이었던 28일(현지시간) ‘행사의 여왕’은 밋 롬니 대선후보의 부인인 앤 롬니 여사였다. 롬니 여사는 3대 방송이 모두 생중계에 나선 이날 밤 10시 전당대회장 무대에 올라 이렇게 강조했다.

아직도 롬니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47년간 인연을 맺어온 자신이 보기에 롬니는 이런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게 그녀의 역할이었다.

특히 몇 달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캠프가 줄기차게 롬니를 ‘부유하고 냉혹한 사모펀드 금융자본가’로 묘사해 왔다는 점에서 그녀의 연설은 중요했다.

롬니 여사는 “나는 오늘 정치, 정당이 아니라 내가 간직해 온 근본적이고 깊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고교시절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나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일에서부터 그동안 롬니 후보가 어려운 도전을 어떻게 대응해 이겨냈는지 등을 감동적으로 얘기했다. 그녀는 남편을 ‘점잖으면서도 아직도 자신을 웃게 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첫 댄스파티에서 자신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듯이 롬니는 ‘우리 미국인들’을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의 성공이 물려받은 게 아니라 땀 흘려 일해서 ‘그가 이룬 것’이라며 자립과 근면, 사랑이 아메리칸 드림의 정수라고 말했다. ‘부자’ 롬니에 대한 반감을 희석시키려는 듯 신혼살림을 아파트 지하층에서 했음도 강조했다. 연설이 끝나자 롬니는 무대 뒤편에서 나와 부인과 포옹하고 키스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공화당 자문역인 맷 매코위악은 “롬니 여사는 롬니 후보에게 인간미를 불어넣는 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 특히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칭찬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그녀의 연설은 엄마들 입장에 있었다. 엄마들은 알아듣는다”고 치하했다.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감성보다는 이성에 호소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지도자들은 인기에만 치중한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한 뒤 “국민들이 들어야 하는 대답은 ‘아니요’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기 위해) ‘예’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지금 부족한 것은 지도력”이라며 “여론을 따라가는 대통령이 아닌 바꾸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롬니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연설이 끝나자 자녀 5명과 함께 앉아 있던 롬니는 잠시 감정이 복받치는 표정을 지은 뒤 일어나 당원들과 함께 박수로 화답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