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출사표… 국내정책 더 보수화-국제관계 더 우경화
입력 2012-08-29 21:30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롬니 전 주지사는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올 11월 대선에 나설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롬니 대선행보 공식화=롬니는 오후 진행된 공식 지명 투표에서 2061표를 얻었다. 전체 2286표 중 90%의 압도적인 수치다. 후보 지명에 필요한 투표수는 1144표였다. 전당대회에선 전체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지명된다. 2위인 론 폴 하원 의원은 190표 득표에 그쳤다.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원도 이날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롬니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은 30일 진행된다. 롬니는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미국의 초라한 경제 성적표를 공격하며 4년 만의 정권 탈환을 다짐할 예정이다.
◇‘강한 미국’ 정강정책 채택=공화당은 ‘우리는 미국을 믿는다(We believe in America)’라는 제목의 정강정책도 채택했다. 정강은 미국인들에게는 ‘아메리칸 드림’ 회복을 천명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선언했다. 미국 예외주의란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예외적인 위치에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다. 정강은 특히 과거 냉전 시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고수했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계승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정강은 북한 이란 등의 위협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강화하고, 재래식 전력 및 핵무기 감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북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노선을 그대로 따랐다.
북한 주민 인권 회복을 위해 한국 등과 노력할 것을 다짐했고, 북핵 프로그램에 대해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원칙 준수를 촉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무기 개발에 포용정책을 써 왔다고 비판하고, 적극적인 제지정책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등의 미국 지적재산권 침해에 강력 대응하고 중국의 환율정책에 보복을 가할 것을 약속했다.
◇보수·우경화되는 공화당=정강은 갈수록 보수화되는 공화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았다. 특히 ‘미국의 가치 회복’을 표방하며 불법이민과 낙태, 동성 간 결혼에 강력 반대했다.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을 포함해 어떤 형태의 낙태에도 반대하는 것을 재확인했고, 불법체류 학생들에 대한 학비지원 금지 등 불법이민에 대한 초강경 대책도 명시했다.
라이언 부통령 후보가 주장한 메디케어(노인 건강보험제도)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건강보험제도) 개편 방향도 채택됐다. 이는 수급자에게 바우처(쿠폰)를 나눠주고 그 한도 내에서 민영보험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개편하는 내용이다. 정강은 재정지출 대폭 감축, 증세 억제안도 마련했다. 독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도 매년 의회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정강정책이 공화당이 얼마나 보수·우경으로 흐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1970∼80년대 공화당 정강에는 ‘낙태’ ‘감세’ 등의 단어는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20년 전 숱하게 사용됐던 ‘진보’ 단어 역시 이제는 정강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극단적”이라고 비판했다.
남혁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