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알아들을 수 있는 복음
입력 2012-08-29 18:16
한국의 삼성과 미국의 애플이 수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두 회사는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을 비롯한 9개국에서 30여 건의 특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소송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재판결과가 같은 날짜(8.24)에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발표되었다. 한국의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삼성과 애플이 무승부에 가까운 판결을 받은 반면 미국의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애플이 완승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배상금도 무려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물론 미국의 경우 배심원단의 평결이어서 판사의 공식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관례상 판사가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의 재판결과를 놓고 전 세계의 IT 전문가들은 상당한 우려와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완전히 예외라고 볼 수는 없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이번 판결에 애국심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사이의 소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가적 식견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배심원들이 이 분야에 문외한(門外漢)이었던 미국 법원의 평결은 불가피하게 비본질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미국 배심원단이 평결을 위해 쏟은 시간은 불과 22시간에 불과했고 평결의 내용조차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비록 미국 법원의 평결제도에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할지라도 삼성 역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직종의 일반인들로 구성된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은 (이론적으로) 일반 미국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대표한다. 그런데 애플의 변호인단은 일반인들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했던 반면 삼성의 변호인단은 (비록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삼성은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는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결국 IT 전문가들에게는 삼성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지만 배심원들로 대표되는 일반인들은 애플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일반인들의 판단'은 이변이 없는 한 법률적 효력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소송은 ‘소통언어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같은 이유로 교회 역시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는 용어, 논리, 주장만을 되풀이하면, 결국 교회와 세상은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수님도 ‘하늘나라’를 설명하기 위하여 ‘비유’라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시며 세상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셨다. 다양한 무신론적 과학주의가 지식층과 일반 시민들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현대 교회가 독백(獨白)에 가까운 주장만을 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의 복음’을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꾸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안산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