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적진 깊숙이”… 박근혜 ‘좌클릭 행보’ 계속될 듯

입력 2012-08-29 19:27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거침없는 ‘좌클릭’ 행보의 끝은 어디일까.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으로 박근혜식 광폭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의 다음 스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후보는 29일 경선 캠프 멤버들과의 오찬을 제외하고 공식적인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30일 한국문화원연합회 창립 50주년 기념식 참석에 이어 31일은 당 연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후보 확정 이후 대통합 행보로 숨가쁘게 달려오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전날 전태일재단 방문을 놓고 당 안팎에선 “일정 조율이 미숙했다”거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후보 측도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당초 전태일 열사의 유족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전태일재단을 찾아 전태일 열사의 친구들과 만남을 갖는 것으로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시작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에선 박 후보의 통합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는 더 적진 깊숙이 갈 거다”라며 “보수와 진보 모두 아우른다고 밝힌 수락연설문 그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일정은 수락연설문에서 밝힌 대로 국민행복, 국민통합, 부패척결, 변화라는 네 가지 키워드에 맞춰 짜여지고 있다.

후보를 잘 아는 새누리당 의원은 “박 후보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겠다고 한 만큼 그 말을 지킬 것”이라며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뉴DJ플랜’을 통해 보여줬던 만큼의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국민대화합을 지향하며, 뉴DJ플랜을 꺼내들고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 해 대선에선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꾸준히 중도층을 공략해 97년 대선승리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건은 박 후보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얼마만큼 받아들여지느냐다. 당 안팎에선 5·16 군사쿠데타를 비롯해 인혁당 사건, 장준하 선생 의문사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過)’에 대한 입장 변화 없는 행보는 정치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그가 과거사에 대해 드라마틱한 입장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경선 캠프에 정치발전위원으로 참여했던 중앙대 이상돈 교수는 “인혁당 유가족과 만나는 등 유신시대 피해자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쌍용차 해고 노조원이나 용산참사 유족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런 움직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박 후보는 자신의 대선캠프를 ‘박근혜판 힐링캠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