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9월초 러·중 등 아·태 6개국 순방… 영토·과거사 갈등에 韓·日은 빠져
입력 2012-08-29 18:53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달 초 아시아·태평양 순방에 나서 중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제외시켜 주목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출발해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열리는 쿡아일랜드로 향하며 인도네시아, 중국, 동티모르, 브루나이, 러시아를 순서대로 방문한다. 러시아에선 다음 달 8∼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러한 일정에서 보듯 클린턴 장관은 PIF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현안이 있는 국가들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애초부터 클린턴 장관의 순방 일정에 한·일 양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을 뺀 것은 최근 양국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APEC 정상회의에 한국과 일본 정상도 참석한다는 점에서 클린턴 장관이 어떠한 중재 노력을 펼칠지 주목된다.
다음 달 4일과 5일 이틀간 진행되는 중국 방문에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등 차세대 지도자들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들은 클린턴 방중에 대해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들이 부상하는 시기에 미국의 외교수장으로서 현안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은 클린턴의 아·태 6개국 순방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는 수순이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을 놓고 중국 견제에 동참할 국가들을 방문지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듯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9일 “PIF에 참석하는 미국 역대 최고위층 인사인 클린턴 장관의 목적은 오로지 중국 견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은 클린턴 장관 방중 기간에 남중국해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있는 동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을 놓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