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금융권 최초 스펙 무시 ‘독서왕’ 채용… 자격증은 기재조차 못해
입력 2012-08-29 19:16
‘이제 스펙은 걷어치우고 책이나 읽어라.’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스펙(Specification)’이다. 토익 점수와 각종 자격증 등을 묶어 마치 상품 설명서처럼 자신을 내보이는 것으로 스펙이 좋아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KB국민은행이 과감하게 ‘스펙’ 무시하기에 나서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100여명을 뽑는 신입행원 공채에서 ‘통섭(統攝)형 인재’를 모집한다고 29일 밝혔다. 일반 행원 지원 서류에 보유 자격증·수상경력·리더십 및 사회봉사활동·인턴 경력·해외연수 및 교환학생 경력란을 아예 삭제했다.
대신 올 상반기 주요 서점의 인문학 베스트셀러 28권 목록이 입사 지원서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최대 10권까지 관심 있게 읽은 책을 기재할 수 있으며, 목록에 없는 서적도 별도로 적어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목록은 미리 두 명의 면접관에게 전달되며 1차 실무 면접 시 심층 토론 소재로 활용된다. 기계적인 업무능력보다 다차원적인 사고력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두 명의 실무 면접관에게 이미 28권의 책을 교부했으며 추후 지원자가 기재한 별도의 서적도 지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펙에 치중해 신입 행원을 뽑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핵심 역량을 지닌 인재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다변화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IT 등 전문 분야 지원자의 경우에는 입사지원서에 자격증란이 그대로 유지된다. 국민은행은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입사 지원을 받고 최종 합격자는 11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