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되는 우리금융의 ‘하우스푸어’ 해법
입력 2012-08-29 19:25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 줄여…주택매입가 적정기준 필요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얼마 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3’로 상향 조정하면서 당면한 문제로 공기업부채와 가계부채를 꼽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초기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922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경제의 뇌관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가격과 맞물려 있다. 과다한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싶어도 부동산 시장이 몇 년째 침체돼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면 부동산 급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은 더 폭락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부동산 가격 폭락은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어려워지게 되고, 금융기관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 국가재정을 쏟아부어야 하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달 초 한국은행의 ‘2012년 제2차 시스템적 리스크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현재의 75% 수준이 되면 하우스푸어들이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집값이 작년 말보다 7% 하락하면 19만4000가구가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로 전락하고, 앞으로 5년간 25% 추가 하락하면 한계가구는 현재보다 43만7000가구 늘고 금융기관 부실이 31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발 가계부채가 이처럼 한국경제의 목을 죄지만 당장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추진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lease back)’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금융기관이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주고 원 주인에게 임대해 살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우스푸어에게 일정 기간 집을 임대했다가 되살 수 있는 권리도 우선적으로 준다.
하우스푸어 입장에서는 안 팔리는 집을 일단 처분해 일부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데다 원리금상환 부담도 없어져 숨통이 트이게 된다.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데다 원 주인으로부터 임대비용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 돈을 투입하지 않고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금융기관의 주택 매입 가격과 대출금 상환 후 원 주인이 되살 때 매각 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금융기관은 싸게 매입하려 할 것이고, 하우스푸어는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감정 가격을 적정하게 평가하는 잣대가 있어야 분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경우 하우스푸어 집을 떠안은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면 부동산발 가계부채 해결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