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안방잔치 된 中 바이링배

입력 2012-08-29 17:56


지난 3월 10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제1회 바이링배 세계바둑오픈 통합예선전이 펼쳐졌다. 얼마 전 24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일본에서 주최하던 후지쓰배가 중단돼 세계대회가 큰 타격을 받는 순간 중국에서 춘란배 이후 두 번째로 중국 바이링 그룹이 후원하는 세계대회를 유치한 것이다.

중국 최초의 오픈 세계대회인 바이링배는 온라인으로 아마추어를 선발하고 각국의 기사들이 출전하며 우승상금 180만 위안(약 2억2000만원), 준우승 60만 위안(약 1억800만원) 등 총상금 48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의 대규모 기전이다.

경기방식은 한국의 비씨카드배와 동일하다. 본선시드 12명(중국 5명, 한국·일본 각 3명, 대만 1명), 와일드카드 2명 등 총 14명이 본선에 직행해 통합예선전을 뚫고 올라온 50명의 기사와 함께 64강 본선토너먼트로 진행됐다. 이번 와일드카드는 중국의 창하오 9단과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당시 TV 아시아 선수권전 상금 전액을 기부한 조한승 9단에게 돌아갔다.

세계 각국의 기사 365명이 참가한 통합예선전에 한국은 87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예선전은 숙박비와 항공비 등 모든 경비가 자비 부담인 만큼 다들 큰 뜻을 품고 도전했다. 이창호 9단은 개인적 사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국가시드로는 이세돌·박정환·최철한 9단이 받았다. 10일부터 12일까지 펼쳐진 예선전에서는 첫날 한국과 중국의 대결 61판 가운데 34승 27패를 거뒀지만 믿었던 상위랭커인 강동윤·원성진·허영호 9단 등 강자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다음날 이어진 2회전에서는 중국과 45판 대결을 벌여 25승 20패로 근소하게 앞서 나갔다. 마지막 예선결승에 한국은 30명의 선수가 올라간 가운데 단 12명의 선수가 본선에 합류해 중국 37명, 일본 1명 등 50명이 추려졌다. 13일 본선 개막식과 추첨식을 치른 이후 14일 64강전이 이어졌다. 시드 배정자들이 합류한 64강전은 한국에서 16명이 출전해 8명이 32강에 오르며 전반기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 19일 다시 시작된 32강전에서는 이세돌 9단이 장웨이지에 9단에게 패하며 탈락하고 조한승·박정환·백홍석·박정상 9단과 김현찬 2단 등 5명의 선수가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며 결국 8강전에는 박정환 9단만이 홀로 남겨졌다. 다음날 이어진 8강전, 중국의 저우루이양 5단과의 대결에서 결국 박정환마저 무릎을 꿇어 이번 제1회 바이링배는 준결승전에 모두 중국 선수들이 올라 중국 잔치로 끝나 버렸다. 적진으로 침투해 황사바람을 잠재우려는 이번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바둑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