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동희] 스마트 시대 새로운 격차

입력 2012-08-29 19:24

원래 여수엑스포는 스마트폰을 통해 관람을 예약하는 제도였으나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의 반대에 부닥쳐 결국 스마트폰 예약제를 폐지했다. 최근 금융거래나 공공서비스 등에서 스마트폰 이용이 확대됨에 따라 스마트폰이 없거나 있어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불편이 되고 있다. 즉 인간의 편익을 도모키 위한 제도와 기술이 오히려 특정 사회계층을 소외시키고 새로운 격차를 야기해 계층 간 불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간극을 줄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이를 악화시키고 스마트 디바이드라는 새로운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부작용이 양산된 것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기술 보급이나 확산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 치중한 전략의 결과라고 본다. 물론 스마트 혁명에 기술적 인프라나 하드웨어적 측면이 중요하지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중요한 점은 소프트파워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혁명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기존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파워로 중심축이 이전하고 있다. 종래의 정보 격차는 디지털 정보와 정보기술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과 가능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의미했으나 스마트 시대에는 이용 역량(competence), 활용(capacity), 효능감(self-efficacy) 등의 상위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격차의 범위와 개념이 다양해지면서 또 다른 복합적인 사회적 격차를 야기한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보급에 따라 스마트폰 소유 여부나 수용 문제를 넘어 활용의 문제로 귀결되는 이른바 이중적 격차(Double Divide)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스마트폰의 등장 및 확산이 스마트폰 이용자와 비이용자 집단 간 격차와 함께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고활용 집단과 저활용 집단) 집단 내 격차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다변화된 격차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디지털 격차에서 소홀히 되었던 소프트파워 측면의 문제가 스마트 기술의 출현으로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 시대에는 기기의 보급을 넘어선, 기기를 통한 디지털 통합(Digital Inclusion)을 통해 민주적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가야 한다. 정부는 양적 활용 수준과 함께 창의적 정보 활용 등을 통한 질적 정보화 수준을 제고하는 활용가치 창출 중심의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e-인클루전’ 정책을 통해 정보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받게 하는 것을 목표로 디지털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스마트 격차에 대한 접근은 모든 사회계층을 포용해 전체적 사회적 통합을 이루느냐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의 예처럼 스마트 기술의 효과적 활용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소프트 가치 중심적 시각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마트 기술을 통한 정치사회적 참여, 다양한 기회 확대를 의미하는 디지털 참여로 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 결국 스마트 시대에는 정보 격차의 문제가 정보접근권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접근돼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를 통합하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특정 계층에 대한 선택주의적 접근이 아닌 모든 국민을 수혜자로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신동희 성균관대 교수·인터랙션사이언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