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정은지 ‘연기돌 짱’… 노래+연기 누가 누가 잘하나
입력 2012-08-29 17:57
30대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몰이 중인 케이블 채널 tvN의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응답하라)’. 이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출연자 상당수가 연기자가 아닌 가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은지(19) 서인국(25) 호야(본명 이호원·21) 등 10∼20대 아이돌 가수가 주·조연을 맡아 이 작품을 견인한다.
하지만 가수 출신이라고 해서 이들의 연기력을 의심해선 안 된다. ‘응답하라’ 시청자들은 맛깔 나는 사투리와 실감 나는 표정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하는 이들의 모습에 요즘 감탄하고 있다.
아이돌이 드라마에서 두각을 보이는 건 현재 ‘응답하라’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일부 아이돌은 이미 드라마 제작자들이 배우를 물색할 데 거론하는 주요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만큼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단역이나 조연으로 깜짝 출연하는 게 아닌, 실력으로 당당하게 주연을 꿰찬다.
그렇다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아이돌+연기자)’은 누구일까. 국민일보는 29일 드라마평론가 10명을 상대로 가장 인상적인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기돌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로부터 1·2위를 추천 받아 각각 2·1점을 부여, 점수를 매겨봤다.
# 최고는 박유천… 차세대 연기돌은 정은지
가장 많은 지지(9점)를 받은 연기돌은 3인조 그룹 JYJ 멤버인 박유천(26)이었다. 그는 2010년 ‘성균관 스캔들’(KBS2)을 시작으로 ‘미스 리플리’(MBC), ‘옥탑방 왕세자’(SBS) 등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왔다. 박유천은 ‘서울드라마어워즈 2012’ 주최 측이 최근 전 세계 네티즌 400만명을 대상으로 ‘올해 최고의 인기배우’를 묻는 설문에서도 1위에 오르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그를 이젠 가수이기 이전에 실력파 연기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지 않는, 연기돌 중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드라마평론가 정석희)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윤이나) “남자 배우에게 요구되는 목소리와 발성을 갖췄다”(이영미)….
박유천이 활발한 연기활동으로 입지를 다져왔다면, 7인조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는 데뷔작 ‘응답하라’ 한 편으로 단숨에 2위(8점)에 랭크된 케이스다. 출연작이 한 편에 불과하니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현재 보여주는 연기력만큼은 으뜸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드라마평론가 김교석씨는 “아이돌의 연기는 평면적인 경우가 많은데, 정은지는 뛰어난 연기로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격찬했다. 정덕현씨는 “역할에 몰입하는 모습이 보인다. 무엇보다 ‘연기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본명 배수지·18)와 7인조 걸그룹 티아라의 은정(본명 함은정·24)이 나란히 3위(4점)에 오르며 뒤를 이었다. 수지는 올 상반기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청순한 외모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은정은 아역배우 출신다운 ‘관록’으로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능수능란한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지에 대해서는 “연기자로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평가하고, 은정의 경우엔 “연기에서 내공이 느껴진다”고 호평했다.
# “전체 연기돌의 ‘평균 연기력’은 아직 미흡”
과거 연기 도전에 나선 아이돌은 미흡한 연기력으로 논란이 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논란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아이돌 대다수가 소속사의 전문 연기 트레이닝 등을 거친 뒤 드라마나 영화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과거처럼 형편없는 연기로 빈축을 사는 일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아이돌의 연기력이 일정 수준에 오르긴 했어도 일부를 제외하면 후한 점수를 주긴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박유천과 정은지 등 높은 평가를 받는 연기돌 역시 자신에게 잘 맞는 배역을 맡아 돋보였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즉 어떤 장르에 도전하든, 혹은 어떤 배역이든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돌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김선영씨는 “가수 활동을 할 때 3∼4분 내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무대 퍼포먼스에 익숙해서인지 연기돌의 경우 전반적으로 표정 연기 자체가 어색한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인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는)생활연기’부터 제대로 익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석희씨는 “무게 잡는 멋있는 역할에 집착하기보다는 연기자로서 단역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