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연속 풀타임 강행군, 올림픽 기록 세운 ‘우생순 투혼’
입력 2012-08-28 19:47
‘후배들보다 한발 더 뛰어야 하는데….’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타이어를 끌며 다졌던 체력은 바닥난 지 오래였다. 악으로 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대신 뛰어줄 선수도 없었다. 8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 그는 코트에 ‘우생순 투혼’을 남김없이 쏟아냈다.
“스페인과의 최종전은 8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뛴 경기였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만난 ‘우생순 캡틴’ 우선희(34·삼척시청).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핸드볼 3∼4위전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경기가 끝난 뒤 누가 얘기하더군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그렇게 풀타임으로 뛴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고요.”
키 1m71, 몸무게 58㎏으로 깡마른 우선희는 체력이 약한 편이다. 이런 그를 8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뛰게 한 건 무엇일까. 그는 그게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라고 했다. “예선전에서 우리가 예상을 깨고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같은 강팀을 차례로 꺾었잖아요. 아픈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고마워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예선 1차전(스페인)에서 무릎을 다쳐 실려나간 김온아, 4차전(프랑스)에서 역시 무릎을 다친 정유라, 대회 내내 허리 통증에 시달린 김차연, 발목과 종아리 통증으로 고생한 유은희,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 오른쪽 손목을 다친 심해인…. 우선희는 이들이야말로 박수를 받아야 할 선수들이라고 했다.
‘부상병동’을 이끌어야 했던 주장 우선희는 8강전부턴 울지 않았다고 했다. “준결승전에서 노르웨이에 진 뒤 우는 후배들을 하나하나 다독였죠. 3∼4위전이 남아 있으니 힘내자고요. 그런데 그만 져 버려서….” 우선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우선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개막 두 달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예선 3경기를 뛰어 본선 티켓까지 따낸 뒤여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는 손사래를 쳤다. “리우올림픽은 후배들에게 맡겨야죠. 어린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많이 쌓고, 우리의 장기인 스피드를 살린다면 브라질에선 메달을 따낼 거라고 믿습니다.”
현재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핸드볼코리아’ 후반기 리그에 참가 중인 우선희는 끝으로 팬들에게 당부했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시면 선수들은 힘이 나서 더 잘 뛸 수 있어요.”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