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野王에서 야인으로… ‘한대화 쇼크’
입력 2012-08-28 18:49
‘야왕’이 쓸쓸히 감독 유니폼을 벗었다.
한화 구단은 28일 한대화(사진) 감독의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한대화 감독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한용덕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한 감독에게 먼저 계약해지를 알리는 등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것이 야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 수석코치를 지낸 한 감독은 지난 2009년 9월 3년 계약으로 한화 사령탑에 부임했다. 부임 첫 해인 2010년 꼴찌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공동 6위로 가능성을 보였다. 팬들은 ‘야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한 감독을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김태균 박찬호 송신영을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8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무르자 결국 감독직에서 중도하차하게 됐다.
한 감독의 사퇴를 놓고 야구계는 예정됐던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올 시즌 초부터 한화 구단과 한 감독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구단이 용병 교체를 놓고 한 감독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이나 코치진을 시즌 도중 교체한 것은 이미 한 감독을 ‘식물 감독’ 취급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하지만 올스타전을 앞두고 나돈 한 감독의 경질설에 대해 한화는 7월초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한 감독과 올시즌 끝까지 간다며 진화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야구계는 한화 구단이 시즌 중 감독교체 경험이 있는 다른 구단에 자문을 구한 것이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것은 후임 감독 선임이 마땅치 않아 한 감독 경질의 시일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한화가 실책을 연발하는 졸전 끝에 KIA에 연패를 당하자 최종적으로 경질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은 이날 대전 구장에 들러 선수단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한 감독은 “나는 괜찮다. 하지만 너희들은 앞으로도 야구할 날이 많다. 특히 야수들이 열심히 잘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경기 마무리를 잘 하길 바란다”며 짧게 이야기했다. 이어 취재진에겐 “팬들에게 너무 죄송할 뿐이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 것은 내가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구장을 떠났다. 후임 감독으로는 이정훈(49) 천안북일고 감독과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28일 열릴 예정이던 두산-LG(잠실) SK-롯데(문학) KIA-삼성(군산) 한화-넥센(대전) 경기는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모두 취소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