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패럴림픽 한국 첫金 기대주 이윤리… 총성으로 다진 한마음 “2연속 金으로 보은”
입력 2012-08-28 18:49
29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2012 런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에 출전하는 이윤리(38). 그는 30일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따면 가장 먼저 남편 목에 걸어 주고 싶어요.” 동갑내기 남편 이춘희씨는 그의 사격 스승이다.
이윤리는 1996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사고 후 부모님이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는 결심했다. “항상 웃으며 살기로 했어요. 웃음을 되찾으려고 탁구 라켓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순발력이 필요한 휠체어 탁구는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사격으로 종목을 바꿨지요.”
이윤리가 처음 총을 잡은 건 2006년 1월. 군 복무 중 다쳐 대전보훈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춘희씨는 병원 사격장에서 헛방을 쏴 대던 이윤리에게 다가갔다. 특전사 저격수 출신인 이춘희씨는 그에게 사격의 기초부터 가르쳤다. 그뿐만 아니라 대회에까지 따라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이윤리는 사격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 2007년 독일오픈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 2개 등을 따내 한국 장애인 사격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총성 속에서 사랑이 싹텄다. 이윤리는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예물로 지난해 웨딩마치를 울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이윤리는 남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훈련이 잘 안될 때 남편에게 전화해 한참 얘기하고 나면 마음이 안정됐어요.” 이윤리는 남편 자랑을 계속했다 “사격은 집중력 싸움이잖아요? 남편은 제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봐 싫은 소리 한 번 안 해요.”
이윤리는 2008 베이징대회 때 여자 50m 소총 3자세 결승에서 세계신기록인 676.9점을 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금메달은 한국 대표팀의 대회 첫 금메달이자 이윤리의 생애 첫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이윤리는 9월6일엔 주종목인 50m 소총 3자세에서도 금빛 총성을 울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165개국에서 온 7000여명(선수 4250명, 임원 2750명)의 선수단이 20개 종목에서 503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88명의 선수를 포함해 총 149명으로 꾸려진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1개로 종합 13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은 유일한 선수인 임주성(17·수영)을 비롯한 선수단 24명으로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정화 탁구대표팀 감독과 단일팀을 이뤘던 북한의 ‘탁구여왕’ 이분희도 조선 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 신분으로 런던에 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