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 매미·루사보다 약해… 적조현상 걷어가 ‘효자 노릇’
입력 2012-08-28 18:47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28일 한반도를 강타했으나 남부지방을 제외하면 우려했던 만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기상청은 볼라벤의 이동 경로와 빠른 속도를 체감 피해가 적은 원인으로 꼽았다.
기상청은 볼라벤이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h㎩)에 최대풍속 초속 40m, 강풍반경 430㎞로 ‘강한 중형’ 태풍에 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동 속도가 워낙 빨라 한반도에 머무는 시간이 예상보다 짧았다. 볼라벤은 28일 0시 제주도 서귀포 해상에 상륙할 당시 시속 38㎞로 이동했으나 이날 오전 9시 목포에서 시속 52㎞로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 이어 오후 3시 서울에 가장 근접했을 때는 시속 44㎞를 기록했다. 제주도에서 목포까지 이동 시간이 9시간이었지만 거리가 두 배 이상인 목포에서 서울까지는 6시간에 불과했다.
태풍이 육지가 아닌 해안을 따라 움직인 것도 피해가 적은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빠르다 보니 비를 채 뿌리기도 전에 태풍이 한반도를 빠져나가 남부지방을 제외하곤 비 피해가 크지 않았다. 태풍이 진입한 제주도에는 일부 지역에서 이틀 동안 누적강수량이 740.5㎜를 기록하는 등 많은 비가 내렸다. 남부지방은 강진 213.5㎜, 해남 202.0㎜, 장흥 166.5㎜ 등을 보였다.
그러나 중부·수도권에는 10㎜ 안팎의 비를 뿌렸다. 이날 서울의 강수량은 6㎜에 그쳤고, 수원과 충주도 각각 2㎜와 14㎜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육지를 직접 통과하지 않고 해안을 따라 빠르게 지나가 피해가 적었다”며 “1주일 전부터 태풍에 대한 피해가 예보됐고 선박들이 적극적으로 태풍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역대 재산 피해가 가장 컸던 태풍은 2002년 ‘루사’다. 루사는 5조1479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으며 2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당시 루사는 경남지방에 상륙, 경북 울진과 강원 강릉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고 강릉지역에만 870.5㎜라는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다. 2003년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힌 ‘매미’는 전남 고흥에 상륙해 한반도를 가로질러 강원 속초로 빠져나갔다. 매미는 경남 남해에 410㎜의 비를 뿌렸다. 볼라벤의 순간 최대풍속은 완도에서 초속 51.8m로 가장 거셌다. 그러나 루사와 매매의 순간 최대풍속인 초속 56.7m와 60m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편 볼라벤의 영향으로 그동안 바다 생태계를 위협했던 적조 현상이 거의 사라져 ‘효자태풍’이란 말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태풍이 불고 나면 바다에서 물리적 혼합이 일어나고 수온이 떨어지면서 적조생물이 파괴되거나 약화돼 적조 현상도 거의 사리진다”며 “지난 26일에는 전남 장흥지방의 적조가 아주 심했는데 태풍이 지나간 이후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