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갈라선 ‘국민검사’… ‘차떼기’ 지휘 안대희 與행보

입력 2012-08-28 18:44

2003∼2004년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 칭호를 받았던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팀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서로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수사팀은 2003년 8월부터 2004년 5월까지 10개월을 동고동락하며 여야 정치인 40여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 이들이 가는 길은 다르다.

새누리당은 28일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에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을 임명했다. 남 전 지검장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중수부장의 오른팔 격인 대검 중수1과장을 맡아 노무현 후보 캠프와 민주당 수사를 전담했다.

대검 중수부장으로 수사를 총괄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날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 위원장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안 전 대법관은 비당원 외부인사로 위원회를 이끌 예정이다.

안 전 대법관은 대선자금 수사 당시 협조하지 않는 기업인과 정치인에 대해 “껍데기를 벗길 때까지 수사를 하겠다”며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활동비 2억원을 받은 박근혜 당시 후보는 소환조사도 없이 불입건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울산지검에서 대선자금 수사팀에 파견된 정준길 새누리당 광진을 당협위원장도 현재 대선 공보단에서 활동 중이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 수사를 전담한 유재만 변호사(당시 중수2과장)는 지난 2월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한명숙 전 대표 변호를 맡아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유 변호사는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축은행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박지원 원내대표 변호도 맡고 있다.

수사를 외곽 지원했던 홍만표 당시 대검 기획과장은 지난해 옷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홍 변호사가 퇴임한 후 법조계 안팎에선 ‘정계 입문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왕왕 제기됐다. 하지만 홍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에 나설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이틀째 공세를 퍼부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전 대법관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누리당으로 향한 데 대해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왜 꼭 그렇게 도의와 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밖에 인사를 하지 못하는지 박근혜 후보도 심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도 “대법관이 퇴임 48일 만에 선거 캠프에 들어간 걸 지켜보는 2700여 법관과 2200여 검사들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삼권분립 정신이 심대하게 손상된 데 대해 자괴감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