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대통합 행보 ‘전태일 재단’ 앞에서 급브레이크
입력 2012-08-28 18:35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통합 행보가 28일 전태일재단 앞에서 멈춰섰다. 박 후보의 재단 방문이 “일방통행”이라는 유족 반발에 “쌍용차 노동자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쌍용차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방문 자체가 무산됐다.
박 후보는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창신동 전태일재단 앞에 도착했으나 재단 입구 골목을 막은 쌍용차 노조원과 시민단체 회원들로 인해 들어가지 못했다. 수행원을 통해 재단 방문이 여의치 않음을 확인한 박 후보는 박계현 재단 사무총장에게 전화로 “오늘은 뵙지 못하고 다른 기회를 보도록 하겠다”고 알린 뒤 청계천 ‘전태일 다리’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전태일 다리에서도 쌍용차 노조원 등의 반발로 헌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정우 쌍용차 노조 지부장이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 주저앉아 헌화를 막자 박 후보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뒤 현장을 안내한 김준용 국민노총 상임자문위원에게 꽃을 건넸다. 동상 옆 전태일 열사 분신 장소에서 걸음을 멈춘 박 후보는 김 위원에게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약속했다.
재단 방문이 무산된 건 양측의 교감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김 위원을 통해 박 사무총장과 재단 방문 사실을 협의하고 전태일 열사 친구들과의 만남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과의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는 박 후보의 방문에 앞서 “너무 일방적 통행이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기자들에게 “재단과 이야기를 했는데 돌발변수가 생겨 이렇게 됐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간 박 후보가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에서 노동 문제 대책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번 방문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씨는 “노동자 22명이 목숨을 잃은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부터 찾아가는 게 순서”라며 박 후보의 재단 방문을 비판했다. 박 후보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쌍용차 노동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 후보 측은 재단 방문 무산에도 향후 대통합 행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후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방해하고 장막을 쳐도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박 후보의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