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삭풍’… 분양엔 ‘훈풍’ 왜?
입력 2012-08-28 18:33
주택거래는 침체인데 아파트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견본주택에는 구름 인파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분양에 나서는 아파트는 총 2만1364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달(1만3421가구)보다 4400여 가구, 지난해 8월(1만3421가구)보다 8000가구 정도 늘어난 것이다. 하반기 수도권의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견본주택에는 개장과 동시에 하루 평균 1만명이 훌쩍 넘는 방문객이 몰리기도 했다.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 전 주택형이 순위 내에서 마감되고, 지방 물량인 ‘부산 대연 힐스테이트푸르지오’ 등도 순조롭게 청약이 진행됐다.
반면 일반 주택 거래량 침체는 여전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매매 거래량이 전국 5만6800건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2.1% 감소했으며, 2009∼2011년 7월의 3년 평균치인 7만678건에 비해서는 19.6% 줄었다. 특히 8월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2000건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고 주택 거래는 없고, 분양에만 관심이 쏠리는 ‘이상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현재는 바닥권이지만 향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언젠가는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여전히 투자 수요는 없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어 매수자들이 재고 주택을 구입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몇년 뒤엔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신규 주택을 분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아파트의 입주와 시세 형성이 2∼3년 후에나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의 기대감보다는 향후 전망을 보고 새집을 산다는 것이다. 또 건설사들이 중소형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데다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 및 전매기간 제한 완화 등도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일 뿐 ‘청약 인파=높은 청약률=높은 계약률’이라는 과거의 공식이 이제는 통용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건설사들이 한여름과 대선 정국을 피해 8월 말, 9월 초에 집중적으로 ‘밀어내기식’ 분양을 벌이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3년 뒤나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며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훨씬 싸지 않으면 분양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