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신용등급 상향 지한파 톰 번 ‘1등 공신’
입력 2012-08-28 18:21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로 전격 상향 조정한 데는 오랫동안 한국과 연을 맺어온 톰 번 아시아담당 선임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번 애널리스트는 국제신용평가사에서 대표적인 ‘지한파’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부터 한국을 담당해 우리 경제 사정에 밝다. 하지만 그가 ‘친한파’가 아니라 지한파로 불리는 것은 연례협의 때 보여준 그의 태도 때문이다.
그는 당국자들을 만날 때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담당해온 한국을 봐준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을 때 기재부 담당자가 감사의 표시로 “Thank you for your help”라는 이메일을 보내자 “‘help’의 의미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준 것을 의미한다면 감사인사를 받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까칠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 설명 중 수용할 부분은 평가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는 다른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와 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디스의 이번 보고서에도 번 애널리스트가 한국을 보는 관점이 전반적으로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1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풍 피해가 클까봐 마음 놓고 좋아하지도 못했지만 Aa3는 이제껏 우리가 무디스로부터 받아보지 못한 등급”이라며 “처음이니까 한국 신기록”이라고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하락했다. 27일 한국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103.6bp(1bp=0.01% 포인트)로 전날보다 2.9bp 떨어졌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패해 이날 주가가 급락했던 삼성전자의 CDS 프리미엄도 69.6bp로 지난해 6월 70.5bp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