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노 담화’ 뒤집으려는 日 정계 가소롭다
입력 2012-08-28 18:13
잘못된 과거 회귀는 외교 대실패만 부를 것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에 일본 정부와 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던 1993년의 ‘고노 담화’를 뒤집으려는 일본 정계의 망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도 같은 회의에서 민주당 정권 각료로는 처음으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언급했다.
일본의 정치 신성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도 지난 21일 “위안부가 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며 “고노 담화는 일·한 관계를 악화시킨 최대의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8일 고노 담화는 물론 1995년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발표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된 무라야마 담화까지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아베 전 총리가 2007년 폐지를 추진하다 세계 여론의 비판에 부닥쳐 사죄와 함께 후퇴하기도 했다. 담화에는 “군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는 구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감언, 강압 등에 의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았다”는 내용과 함께 사죄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고노 담화는 1년8개월에 걸친 일본 정부의 공식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을 토대로 발표됐다. 1991년 12월부터 일본 각 정부 부처 조사는 물론 일본군과 조선총독부 관계자, 위안소 경영자 등의 증언까지 청취해 나온 결과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입증하는 사례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 외에도 숱하다. 일본 관동군 117사단장을 지낸 스즈키 히라쿠 중장은 전범재판 당시 “1941년 위안소 설치를 명령해 중국인과 조선인 부녀자 20명을 유괴했다”고 자필로 진술했다. 1943년부터 일본 노무보국회 동원부장으로 일했던 요시다 세이지는 1991년 일본 신문에 조선 여성들을 위안소에 강제 연행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 역시 이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응한다며 역사를 거스르려 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위안부나 독도 문제는 과거사의 철저한 반성이라는 대로를 걸어 순리로 해결해야지,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경술국치 102주년을 맞은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일본 여러 정파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앞 다퉈 고노 담화를 외교의 실패라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일본 외교 전반의 대실패를 자초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에 역행하는 태도를 반복한다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무산은 물론 일본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 전체가 땅에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