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구개발 늘려 기술무역 적자구조 벗어나야

입력 2012-08-28 18:10

삼성전자와 애플 간 미국 내 소송전에서 배심원들은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자국 산업 보호주의 등의 비판이 나왔으나 분명한 것은 애플이 디자인·기술 특허를 앞세워 삼성의 발목을 잡았고 이후 삼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졌으나 지적재산권 분야, 특히 원천기술에서는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이른바 로열티 지급액은 올 상반기 43억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37억7700만 달러보다 14.1%나 늘었다.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는 만성적인 적자인 데다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로열티 지급과 관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기술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미국, 일본, 독일 등은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교역 규모가 커지고 무역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지적재산권과 기술무역수지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원천기술에서 여전히 선진국에 예속돼 있음을 뜻한다.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필요한 기술을 주로 해외에 의존해온 결과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로열티 시장규모는 1991년 303억 달러에서 2010년 2096억 달러로 20년 새 약 7배로 급팽창하고 있다. 기술무역수지 적자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걱정되는 대목이다.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은 날로 늘어나는 세계적인 특허소송 붐을 피할 수 없다.

해법은 기업의 연구개발(R&D) 강화뿐이다. 더불어 삼성전자·애플 소송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이 소송에 목을 매는 것은 원천기술, 디자인 등의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시장의 소비자 니즈를 재빠르게 간파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품을 내놓는 삼성의 마케팅 전략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장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시장친화적인 마케팅 능력을 더욱 살려가면서 지적재산권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