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자동차 소비행태 바꿀수 있나… “부과금 규모에 성패 달려”
입력 2012-08-28 17:30
자동차 구입단계의 금전적 인센티브와 페널티로 국민들의 자동차 소비행태가 과연 두드러지게 바뀔 수 있을까. 적어도 정부 관계자들은 낙관하고 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김경미 사무관은 28일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련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횐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면서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가 모두 크게 호응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계획대로라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올해 안에 법안 통과, 내년 상반기 고시를 거쳐 하반기에 시행된다.
◇공감대의 배경=근년 들어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대도시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서울시는 당초 NO2(이산화질소) 감축방안의 하나로 전기차 도입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최근 디젤 배기가스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어떻게든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점은 절박해졌다. 국제유가의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과소비가 유별나다는 점도 이제는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림대 김승래 교수는 지난 5월 한 공청회에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17%를 차지하는 수송분야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므로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경차와 소형차를 무시하는 과시적 자동차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낙관적 요인=CO2 효율기준은 국내외에서 모두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승용차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크기의 차라도 CO2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특히 유럽 대부분 나라들에서 CO2 배출량은 보조금과 세금에 가중 반영되기 때문에 CO2 다이어트는 필수적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메이커들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체질개선과 기술개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이 제도는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형차 비중이 높은 한국 메이커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긍정적이다. 녹색교통시민운동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4%는 구입지원금 제도가 시행되면 저탄소차를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시민들의 선호 차종은 경차 10.4%, 소형차 41.3%, 중형차 29.2%, 대형차 10.6% 등으로 나타났다. 당초 구입 희망차종인 경차 8.8%, 소형차 21.5%, 중형차 44%, 대형차 14.5%에서 큰 변화를 보인 것이다.
◇비관적 요인=가장 큰 과제는 보조금과 부과금 규모 및 구간별 격차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것이다. 지난 3월16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환경부의 예시안에 따르면 1㎞를 주행할 때 배출되는 CO2량을 기준으로 10인승 이하 승용차종을 보조금, 중립, 부담금 구간으로 나눈다. 보조금 구간은 121∼130g 40만원부터 40g 이하 300만원까지 6개다. 부담금 구간은 141∼150g 20만원부터 240g 이상 150만원까지 7개다.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1∼140g인 차량은 중립구간으로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레이는 구입 때 300만원, 아반테1.6하이브리드와 도요타 프리우스는 150만원을 받게 된다. 소나타2.0은 30만원, 체어맨W5.0이 150만원의 부과금을 문다. 환경부는 구입비용 증가에 대한 반발을 감안해 부담금보다는 보조금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문제점으로 부과금이 적다는 점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다. 중·대형차는 줄지 않고 경·소형차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환경정의 박용신 사무처장은 “부과금 규모와 구간별 차이가 적어서 소형 및 경차로의 이동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공동대표도 “세컨드 카로서 경차만 늘어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미미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최대 보조금은 제도도입 당시 5000유로(735만원)에서 최근 7000유로(약 980만원)로, 부담금은 최대 3600유로에서 7200유로(약1008만원)로 각각 대폭 인상했다.
◇전망=환경부 관계자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위해 부과금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내년 중 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보조금-부과금 제도의 도입시기를 늦추고, 시행도 단계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이윤이 많이 남는 대·중형차의 판매 비중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내수 총매출과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박천규 기후대기국장은 “(업계의 반발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