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메이저리거 빌 리, 66세 승리투수… “또 등판 하겠다”

입력 2012-08-27 21:42

미국프로야구 독립리그에서 66세의 백발 할아버지 승리 투수가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1970년대 메이저리거로 명성을 날렸던 왼손 투수 빌 리. 지난 24일(한국시간) 노스 아메리칸 베이스볼 독립리그 산 라파엘 퍼시픽스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마우이 나코아 이카이카를 상대로 9이닝 완투하며 8안타 4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9대 4로 이기면서 리는 2년 전 자신이 세운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을 경신했다.

1946년생인 리는 메이저리그에서 1969년부터 1982년까지 14년간 통산 119승(90패)을 거두며 당대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로 꼽혔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선수 시절엔 ‘외계인’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독립리그는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보다 수준은 떨어지지만 엄연히 프로리그라는 점에서 리의 기록은 역대 프로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으로 남았다.

리는 2년 전 다른 독립리그에서 자신이 세웠던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이날 딱 한 경기 등판을 조건으로 산 라파엘과 계약했다. 그는 당시에는 브록튼 록스 소속 투수로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2점을 주고 승리를 안았다.

리는 이날 총 94개의 공을 뿌려 69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최고구속 113㎞로 예전 전성기 때와 비교하기조차 어렵지만 완급을 조절하는 지능적인 투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날 그는 안타 8개를 맞고 4점을 줬으나 볼넷은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중 1루 베이스를 커버하기 위해 달린 뒤 가쁜 호흡을 쉬며 무릎에 손을 대기도 했으나 마지막까지 기백을 잃지 않았다. 백발 투수의 피칭에 1200여명의 만원 관객들은 열성적인 성원을 보냈고 그는 시합을 승리로 이끈 뒤 그라운드에 키스했다.

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커브가 잘 들어갔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으며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여전히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다음에도 마운드에 오를 뜻을 내비쳤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는 1962년생인 왼손 투수 제이미 모이어가 올해 4월18일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 49세150일로 메이저리그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을 80년 만에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잭 퀸이 1932년 세운 49세70일이었다. 모이어는 지난 5월16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승리해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을 49세179일로 늘려놓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