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태풍 왜 셀까… 북태평양 고기압 물러나며 ‘길’ 형성, 해수면 수증기 다량으로 유입돼 강력
입력 2012-08-27 19:15
무서운 기세로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15호 태풍 ‘볼라벤’처럼 한여름보다 늦여름이나 가을에 발생하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그 위력도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을 태풍이 우리나라를 직접 관통하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며 태풍이 지나가는 ‘태풍길’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지나는 태풍은 태평양 북서쪽에서 발생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북상한다. 이 과정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가 태풍의 길을 만들어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8월 중순부터 서서히 우리나라에서 물러나기 시작해 9월 초 무렵에는 우리나라가 그 가장자리에 걸치게 된다. 이 때문에 고기압이 태풍의 길을 터주면서 우리나라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게 되는 것이다.
가을 태풍은 해수면의 수증기를 많이 머금기 때문에 그 위력도 대단하다. 태풍은 바다의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성장하는데 태풍이 발생하는 수역의 해수면 온도가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가장 높아진다. 높아진 수온 탓에 바다가 내뿜는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이를 머금은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번 태풍 ‘볼라벤’ 역시 오키나와 근처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탓에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힘을 키웠다.
1995년 발생한 ‘재니스’와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10년 ‘곤파스’ 등 국내에 큰 영향을 끼쳤던 태풍은 모두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늦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바다의 열용량이 커서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