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 꿀꺽한 ‘나이롱 환자’ 잡고 보니… 목포서 입원하고 서울서 밥먹고 ‘1인당 평균 22건 보험 가입’

입력 2012-08-27 20:28


2009년 6월 전남 목포의 한 병원에 입원한 이모(27)씨는 ‘나이롱 환자’였다. 그는 입원한 15일 동안 서울에서 밥값과 교통비 등으로 81차례 신용카드를 긁었다. 입원 서류만 꾸며 놓고 아예 상경했던 것이다. 퇴원 후 입원비 보장 보험금 3100만원을 챙긴 이씨는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경찰에 넘겨졌다.

금감원은 27일 피해를 부풀리거나 허위 입원해 보험금 수천만원씩을 타낸 혐의로 이씨 등 116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러 보험에 가입한 뒤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작은 상처를 입고 입원하는 방식으로 보험금 47억원을 챙겼다.

나모(53)씨는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병원 10곳을 옮겨 다니며 21차례 263일간 반복 입원해 보험금 1억3500만원을 수령했다. 주부 이모(36)씨는 2009년 9∼11월 보험 17건에 가입하는 등 30건(월 보험료 122만원)을 계약한 뒤 입원 보험금 3800만원을 받았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두 달간 보험 19건에 가입해 보험금 21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1인당 평균 22건씩 보험에 가입하고, 한 달 평균 보험료로 140만원(연간 1670만원)을 납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가입자 평균보다 가입 건수는 약 8배, 납입액은 6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입원 기간에 병원 밖에서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람은 74명이었다. 2010년 4월 광주의 병원에 입원한 한모(47)씨는 인근 노래방과 관광나이트를 드나들었다. 한씨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광주뿐 아니라 전북 남원, 대구, 경북 구미 등 각지에서 26차례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금감원은 보험설계사와 병원 관계자가 보험사기에 적극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설계사들은 보험가입자에게 사고 유발이나 허위 입원 등 수법을 알려줬다. 병원을 알선하는 과정에서는 허위입원서류 발급 등을 병원 원무과 직원들과 공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입원비 보장 보험을 많이 판 법인보험대리점을 조사한 결과”라며 “대리점 차원의 조직적 사기인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