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냉전적 갈등을 뒤로하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는 국교 정상화의 길을 걸어온 지 만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은 사실상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로서 중국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영욕의 세월도 겪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북한 문제로 인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중 양국은 국익을 위해 유교문화와 항일운동의 공동자산을 토대로 20년 전 수교를 맺어 당시 63억 달러에 불과하던 교역액을 지난해에는 2200억 달러로 약 35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한 해 인적 교류만도 65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을 해왔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등 네 명의 우리 한국인이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조사 받는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초당파적, 전 국민적으로 이러한 의혹과 대중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정부에 대한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와 더 나아가서는 유엔본부에 청원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사실 이 사건의 본질은 북한 인권문제이다. 가혹행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을 뿐이다. 우리 정부는 올바른 시대관과 가치관을 갖고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의 석방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세 외교’ ‘정부가 무슨 일을 했느냐’는 등 정부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자국민이 이러한 경우에 처했을 때 영사면담을 즉각 실시해 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1979년)과 일본(2008년)은 중국과 영사협정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으나,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영사협정은 주한 대만화교와 탈북자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생각할 때 보편적인 서구의 민주시민국가와 같은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중의 하나이지만 여전히 완전한 보편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가톨릭 주교를 국가가 지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가진 세계무대에서의 현실적인 위상, 특히 우리의 대북한 관계에 있어서 막후 역할을 생각할 때 여전히 중요한 레버리지를 행사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최고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하여 대북한 경제지원을 요청한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개선과 개방을 유도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을 무조건 압박할 경우 소탐대실의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이번 김씨 등의 문제는 중국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껏 정부가 해왔던 ‘조용한 외교’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는 나름대로 이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북한인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입법노력을 해야 하고, 조속히 한·중 영사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민간차원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중국당국의 비인권적인 가혹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노력을 해나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아직 수많은 동포들이 비인권적인 환경에 처해있다. 우리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식량이나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처럼 북한 동포들의 열악한 인권문제를 잘 파악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탈북을 도와주면 된다.
박균열 경상대 교수·윤리교육과
[기고-박균열] 한·중 영사협정 조속한 체결을
입력 2012-08-27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