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북아에 감도는 戰雲, 시급히 해소해야

입력 2012-08-27 18:49

도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동북아에 몰아치고 있는 격랑이 전운(戰雲)까지 몰고 오는 듯한 모양새다. 중국군이 지난 10일 중·일분쟁의 근원지인 센카쿠 열도가 위치한 동중국해에서 실탄 해상훈련을 벌인 데 이어 일본 자위대가 26일 사상 처음 도서 방위를 상정한 3군 합동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자위대의 종합 화력훈련은 정례적인 것이지만 외따로 떨어진 섬이 공격받은 상황에서 이를 격퇴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의거해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청일전쟁 전야’라는 언론 표현까지 나왔다(중국 환구시보).

그러나 동북아의 무력분쟁 가능성은 단순히 중국과 일본 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위대의 실탄 도서방위훈련은 센카쿠 열도는 물론 독도와 쿠릴 열도까지 일본이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모든 도서를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만큼 우리 군도 다음달로 계획된 독도 방어훈련 때 일본에 맞대응해 실탄을 사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도 실탄훈련을 할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동북아 3개국이 모두 실탄까지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는 게 된다. 한·중·일 3국이 동북아연합 같은 공동체 구성은 고사하고 무력충돌 코스로 나아가고 있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러시아도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쿠릴 열도에 군함 2척을 곧 파견할 계획이고 보면 동북아의 하늘에 화약냄새 풍기는 먹장구름이 시커멓게 몰려들어 언제라도 강철의 비를 뿌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영토분쟁이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21세기 문명시대에 탐나는 것은 힘으로 뺏고 보는 원시적 해결 방법에 호소할 수는 없다. 더구나 과학이 발달한 지금 힘에 의한 해결은 해결은커녕 상호 파멸만 초래할 뿐이다. 당장 영토분쟁을 해소하지는 못할지라도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관련 당사국들은 우선 실탄훈련 같은 무력시위부터 중단해야 한다. 나름대로 자국 국민들과 분쟁 상대국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이겠으나 섣부른 무력시위는 침공 임박 등 상대방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한 단계 높은 대응을 이끌어냄으로써 상황을 좋지 않은 쪽으로 에스컬레이트시키기 십상이다.

다만 ‘대국 굴기’와 ‘보통국가화’를 각각 강력히 추진 중인 중국과 일본의 영토적 야심은 언제라도 동북아에서 최악의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은 거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국력과 군사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더라도 서슴없이 실탄훈련을 실시하는 중국과 일본이 쉽사리 넘보지 못하도록 ‘군사적 고슴도치’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