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전당대회… “지지율 반등세 보여줘라” 시험대에 선 롬니

입력 2012-08-27 18:49


대통령 선거일을 70여일 앞둔 밋 롬니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2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전당대회의 의미는 각별하다. 많은 선거전문가들이 롬니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상당한 지지율 반등을 이루지 못하면 대선에서 이길 공산이 크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일부에선 초박빙이지만 경합주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승기를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내 경선 승리 후 현재까지 석 달간 롬니는 경제 이슈에서 유리한 위치였지만, 도리어 그가 창업한 베인캐피털의 일자리 해외이전, 세금납부 의혹 등을 물고 늘어지는 민주당 측에 밀렸다는 평가다.

11월 6일 대선일까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벤트로는 양당의 전당대회와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가 꼽힌다. 후보 간 토론회의 경우 연설의 귀재로 불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오바마의 언변에 말려 롬니가 말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롬니로서는 전당대회 기간에 확실한 추격의 계기를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화당 측 추정으로 최대 350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는 ‘롬니 스토리’를 유권자들에게 ‘팔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롬니 대선캠프는 무엇보다 그가 경제문제에 확실한 대안을 갖고 있는 ‘해결사’임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측은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경제 문제에 대한 롬니의 경험과 식견, 그의 경제회생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8.3%에 이르는 실업률과 주택경기 부진, 높은 에너지 가격 등이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 때문이라며 조목조목 비판될 것이다. 이는 지난 몇 주 동안 메디케어와 예산 문제 등으로 이동한 핵심 이슈를 오바마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문제로 다시 옮긴다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인간 롬니’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상당수 유권자들에게 롬니는 ‘능력 있지만 냉혹한 기업인’ 정도로 알려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의식해 ‘가정적이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과시하고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을 성공시킨 리더십 등을 조명할 것이라는 게 롬니 진영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허리케인 아이작은 이런 계획에 그림자를 드리운 첫 장애물이다. 전대 일정이 사흘로 축소되면서 언론 노출도가 줄어드는 게 일단 문제다. 더구나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자연재해 관련 뉴스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플로리다뿐 아니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루이지애나 등 인근 주에는 벌써 비상사태가 발동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플로리다주의 경우 30일 밤 롬니의 공식 대통령 후보 지명 이후에도 허리케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어수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 경합지역인 이곳을 공화당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당대회 개최지로 선정한 야심적인 계획이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