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은 ‘얼굴마담’… 김정은, 최룡해 내세워 軍 숙청
입력 2012-08-27 18:52
‘당에 의한 軍 영도’ 모델로… 祖父 김일성 따라하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 개혁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세대를 통해 군을 장악하던 ‘당에 의한 군 영도’ 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할아버지인 김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함께했던 최현 전 민족보위상(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를 친위 핵심인물로 내세워 군부 숙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에 의한 군 영도’=북한 최고 지도부는 김정일 시대의 가장 큰 패악이 신군부 세력 득세로 진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군부가 ‘선군(先軍)정치’라는 울타리 내에서 각종 외화벌이 사업 독점을 통해 북한 경제력의 70%를 장악하는 바람에 어떠한 경제개혁도 불가능하게 됐다는 인식이다.
김정은이 군부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체제유지를 위해 ‘인민 생활의 향상’을 도모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군부 내 ‘김정일의 입김’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김정은은 ‘당 위에 군림하던’ 군부를 ‘당 아래에서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김 주석 시대의 방식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주석은 1945년 북한 정권을 창출한 뒤 모든 군부대에 정치위원회를 조직, 당 간부로 하여금 군 운영과 인사권을 장악토록 했다. 6·25전쟁은 물론 70년대 후반까지도 노동당의 군에 대한 우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김정은이 외모부터 김 주석을 모방하고 현지 지도에서 주민들과 자유롭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당이 활기차게 인민들과 함께하며 군부도 당 아래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이라 분석하는 북한 전문가들도 많다.
◇장성택은 ‘얼굴마담’, 최룡해가 ‘진짜 실세’=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자 국내에서는 “역시 장성택이 김정은 총애를 받는 핵심”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장성택은 방중 기간 중 경제협력 문제에 국한해서만 중국 당국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고 지도부로부터 집권을 공식적으로 추인 받는 의미를 지니는 ‘김정은 방중’과 관련해서는 의사 타진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장성택 사절단에는 김정은 방중 의사를 중국 지도부에 전달할 만한 인물이 동행하지 않았다”면서 “경제협력 분야만 논의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장성택의 입지는 그만큼 넓지 않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성택은 최고 실세들의 협의체인 노동당 정치국에서도 후보위원에 불과하다. 본인이 권력기반이 있는 게 아니라 부인인 김경희의 위치에 따라 좌우되는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결국 장성택은 김정은이 경제개혁을 위해 내세운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집단)의 대표이자 ‘얼굴마담’이라는 얘기다.
반면 최룡해는 김정은도 쉽게 흔들 수 없는 북한 최고 실세로 여겨진다. 이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꿰찼으며 선두에 서서 김정일 시대의 신군부 세력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권력은 언제나 ‘태자당(太子黨)’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면서 “빨치산 세대이자 김일성 측근이었던 최현의 아들이라는 점도 최룡해가 급부상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