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넘게 온몸 쑤시고 아픈 주부들 혹시 섬유근통증후군?

입력 2012-08-27 18:19


“몇 달 전부터 온몸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피곤하다. 손까지 붓고 뻣뻣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몇몇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봤지만 결과는 늘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진통제를 먹어도 그때뿐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꾀병이 아니냐는 말까지 듣게 됐다.”

이름도 생소한 ‘섬유근통증후군’을 앓는 주부 강모(36·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씨의 사연이다. 강씨는 주위에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왜 그런지 알 수도 없게 되자 마음의 병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모든 일에 의욕을 잃어 우울증에 빠진 것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증가하기 시작하는 섬유근통증후군이란 무슨 병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30, 40대 여성들을 괴롭히는 병=섬유근통증후군은 온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통이 석 달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늘 피곤하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소화도 안 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병이다.

통증치료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소화가 잘 안 되고, 잠을 못 자고, 머리가 아프며, 우울할 때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 인구의 0.5∼5%가 이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환자 수도 적지 않은 편. 주로 30, 40대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온몸에 대못을 박아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타나는데, 통증의 정도와 위치가 계속 바뀐다.

또 섬유근통증후군 환자 중 약 65%는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대개 잠들기가 힘들고, 자주 깨며, 아침에 일어날 때가 잠들 때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게 느껴지기 일쑤다. 이차적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우울증과 불안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다만 신체 내 통증 전달 물질 간의 불균형 탓이 아닌지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통증 억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소돼 작은 자극에도 지속적으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류머티즘과 만성피로로 오인하기 쉬워=주의할 것은 늘 피로를 많이 느끼는데다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뻣뻣하고 붓기 때문에 만성피로증후군,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가 쉽다는 점.

기찬신경통증클리닉 김찬 원장(전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특히 만성피로증후군의 경우 섬유근통증후군과 혼동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질병 사이에 서로 겹치는 증상이 많아서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유근통증후군은 피로를 많이 느낀다 해도 통증이 주된 증상인 반면,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가 주된 증상인 것에 차이가 있다.

근막통증증후군과 헛갈리기도 한다. 근막통증증후군은 단단한 띠처럼 만져지는 뒷목과 어깨 부위 통증 유발점에 의해 근육통이 생기는 경우다. 대부분 손으로 누르지 않아도 통증 유발 부위가 아프다. 반면 섬유근통증후군은 허리를 중심으로 신체의 상하 좌우 부위가 대칭적으로 아프고, 특정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되는 압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 다르다.

보통 운동과 곁들여 통증 자체를 잊도록 유도하는 인지행동 치료로 해소한다. 김 원장은 “경우에 따라선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외 성상신경절을 진정시키는 신경통증치료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면 아프기 때문에 자꾸 움직이게 않게 돼 근력이 약해지기 쉽다. 따라서 약간의 통증은 감수하고서라도 적어도 1주일에 3회 이상, 매회 20∼30분씩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특히 맨손체조, 윗몸 일으키기,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