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 갈등] 경선 잡음, 결국 친노-비노 앙금 탓?

입력 2012-08-27 19:06

민주통합당의 경선 중단 해프닝은 따지고 보면 결국 당내 계파 갈등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대립하는 두 축인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모두 문 고문이 속한 친노무현계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불신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주류인 당권파는 경선 틀을 짜거나 경선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들이 아무리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 대표가 경선기획준비단장에 친노계 대신 구민주계인 추미애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등 나름대로 공정성을 기한 측면이 있지만 불신을 잠재우기는 미흡한 상황이다.

김 전 지사는 27일 경선 복귀 입장을 밝히는 국회 브리핑 도중 “친노라는 이름의 세력이 당의 새로운 기득권과 특권이 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역시 현 경선 구도에서 문 고문이 ‘어드밴티지(혜택)’를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다.

손 고문 측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 각 후보 측 대표자들을 경선 관리 주체로 참여시켜 달라고 했는데 당이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친노계와 비노계의 뿌리 깊은 적대감 때문에 불신이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도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고문에게 ‘보따리 장수’라고 비판한 것을 비롯해 친노계는 손 고문에 대해 뼛속 깊이 반감을 갖고 있다. 이 대표도 2008년 초 손 고문이 당 대표에 오르자 “한나라당 출신이 대표 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다”며 탈당해 당시 손 대표 체제에 큰 상처를 줬다.

이런 악연 탓에 손 고문 측도 친노계라면 이를 갈 정도로 적대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손 고문 캠프에는 고(故) 김근태(GT) 전 상임고문 계열의 핵심 인사들이 참여했다. 김 전 고문 역시 생전에 친노계라면 질색을 했고, 이 때문에 GT계 인사들은 “어떻게 우리가 친노계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느냐”며 손 고문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전 지사도 한때는 친노계였지만 그 내부에서는 주류로 인정받지 못해 지금은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놓고 “결국 이번 경선도 ‘노무현 경선’이고, 후보 자질보다는 친노 대 비노의 대결로 승패가 갈라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