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없는 동네 만들기’ 교회가 나섰다
입력 2012-08-27 21:35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곡동 한국중앙교회(임석순 목사) 앞. 목회자와 성도 등 300여명이 줄지어 섰다. 이들은 ‘성범죄 없는 동네, 안전한 중곡동-안전한 우리동네 만들기 캠페인’이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침묵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역력했다.
걸음을 옮기면서 “끔찍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성도들도 눈에 띄었다. 잠시 숨을 고른 이들은 거리의 시민들에게 A4 용지 크기의 전단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묻지마 성범죄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함께 힘을 모아 우리의 아들, 딸들이 그리고 우리의 아내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안전한 동네를 만들어 갑시다.”
한국중앙교회 성도들이 거리로 나선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 교회 성도 이모(37)씨는 지난 20일 오전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성범죄 전과자(전과 12범)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다. 금실 좋은 남편과 함께 5살 아들과 4살 딸을 키워온 주부 이씨는 이제 막 복음을 전해 들어 지난 6월 6일 세례를 받았다. 신앙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시작할 즈음 비극적 사고를 당해 교회 성도들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특히 교회 설립 50주년의 감사와 기쁨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향한 기도와 말씀성회(8월 20∼24일)가 진행되고 있는 기간에 이번 사건이 발생, 교회와 성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아픔에 빠져있다.
임석순 목사는 27일 “교회 주관으로 장례를 치렀지만 아직도 그 상처와 아픔은 가시지 않고 있다”며 “너무나 안타까운 한 성도의 죽음에 우리 교회는 이런 희생과 아픔을 되풀이 해선 안 된다는 작은 몸부림으로 ‘안전한 우리 동네를 만드는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는 다음 달 8일 오후4시 교회 4층 본당에서 ‘우리 동네 지키기 지역자위대’ 발대식을 열기로 했다. 발대식에는 피해자 이씨의 가족과 지역 주민, 시민단체 관계자, 5000여 성도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회는 발대식과 함께 기도회 등을 열어 지역내 성 범죄자 문제와 향락산업에 대해 재조명하고, 치안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안전한 우리 동네 조성 및 회복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한 최성훈 부목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성범죄 관리시스템과 전자발찌 사용의 허점, 지역치안과 관할행정의 문제점 등이 드러났다”면서 “당장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지라도 또다시 이런 아픔을 내 가족과 이웃이 당하지 않도록 교회가 마중물 역할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교회 김광식 장로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황망스럽고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가 좀 더 안전한 동네가 되길 소망하는 이 캠페인에 모두 귀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