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수용소 사진 통해 전쟁참상 고발… 다큐10+ ‘아우슈비츠의 두 얼굴’

입력 2012-08-27 18:12


다큐10+ ‘아우슈비츠의 두 얼굴’ (EBS·28일 밤 11시20분)

헝가리에 살던 유대인 여성 릴리 제이콥. 그는 1944년 5월, 유대인 호송차량에 실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유대인 대학살이 벌어진 피의 수용소다. 하지만 제이콥은 용케 살아남는다. 그리고 전쟁이 끝날 즈음 독일군 막사에서 앨범 하나를 발견한다.

자신이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44년 5월에 찍은 사진들로 채워진 앨범. 여기엔 가스실에서 처형되기 몇 시간 전 유대인들의 처참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앨범은 향후 전범 재판에서 독일군 만행을 고발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그렇다면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일하던 독일군 모습은 어떠했을까. 2007년 1월, 미국의 한 퇴역 장교가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발견한 앨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앨범은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칼 회커의 것이다. 앨범 속 사진들 내용은 제이콥이 찾아낸 앨범과는 정반대였다. 여기엔 수용소 인근 휴양시설에서 여가를 즐기는 독일군 모습이 찍혀 있었다.

튀니지 출신의 세계적 영화감독 윌리엄 카렐은 이 대조되는 광경을 바탕으로 전쟁이 남긴 상처를 더듬는다. 독일은 어떤 방식으로 헝가리 유대인을 강제 이송해 학살했는지, 그 계획을 실현한 아우슈비츠 나치 친위대원들 모습은 어떠했는지 다룬다. 특히 60년 아우슈비츠 재판 결과 단 한 명의 친위대원만 유죄 선고를 받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었는지도 파고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