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통령 부인에 흰 고무신 선물”… 반기문 총장, 美 VISTA 참가 친구들과 50년만에 재회

입력 2012-08-27 21:08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반세기 전의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50년 전 미국 적십자사의 ‘외국학생 미국 방문프로그램(VISTA)’에 참가했던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적십자사 강당에 모인 ‘VISTA 친구들’과 가족들은 반 총장 부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했다. 반 총장도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며 얘기꽃을 피웠다.

1962년 8월 반 총장을 포함해 42개국에서 선발된 102명의 학생은 미국에 도착했다. 10명씩 조를 이뤄 미국적십자 지부를 방문했고, 그의 조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가정에 흩어져 ‘홈스테이’를 했다. 당시 반 총장은 패터슨씨 가족과 일주일을 보냈다.

행사장에서 반 총장은 “그간 4000번가량 연설했지만 오늘이 가장 감동적”이라며 “그때 우리 모두 10대 학생들이었는데 지금 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어 반 총장은 이번 재회를 제안한 캐럴 스코르니크를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스코르니크는 당시 17세의 고등학생으로 VISTA 행사에 참가했다. 그는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전문가로 일하다 제네바를 방문한 반 총장과 만나 ‘50주년 재회 모임’을 제안했다. 반 총장은 “적십자사와 유엔은 긴밀한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하면서 “더 나은 미래, 인류의 박애정신 실천을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50년 전의 상황을 소상하게 전했다. “반세기 전 미국 방문은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며 당시 영감을 받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언급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초청 이유를 설명하며 “심각한 냉전체제에서 국가 간 화해는 어려울 때가 많으나 사람들은 화해해야 하고, 바로 당신들이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젊은이로서 뭘 해야 하나를 생각하다 결국 외교관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며 “지금 세계를 지원하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됐으니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2년 당시 한국은 최빈국 상황이어서 어떻게 해서든 한국을 소개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모시 한복을 입고 워싱턴 거리를 다니니 사람들이 신기해했고 충주 여학생들이 만들어준 복주머니 50∼60개를 나눠줬으며 재클린 케네디 대통령 부인에게는 흰 고무신과 복주머니를 선물했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