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기선] 18대 대선, 미래지향적인 선거돼야
입력 2012-08-27 18:36
“더이상 ‘次惡 선택’ 안 돼… 후보의 자질과 능력, 정책 검증해 ‘최선’ 고르자”
18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후보를 선출했고, 민주통합당은 9월 16일로 예정된 최종 경선 후에 후보를 확정하게 될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에 의하면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각기 다르다. 총선에서 후보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소속 정당’이다. 19대 총선의 경우 소속 정당이 39.8%로 가장 높았고 인물·능력 34.6%, 정책·공약 16.1%로 각각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이전에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했다.
반면에 대선에서는 정당 요소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반면 인물이나 능력, 정책·공약이 중시된다. 17대 대선의 경우 소속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률은 18.1%에 불과하고 인물·능력이 39.2%로 가장 높았으며, 정책·공약이 27.1%였다. 16대 대선에서도 소속 정당은 8.4%에 그쳤고 인물·능력 55.7%, 정책·공약 23.5%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 유권자들은 보다 신중하게 후보를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은 지난 행적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공직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마땅히 필요하다. 그의 행적을 살펴봄으로써 자질과 능력의 실상을 알 수 있고,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선거를 돌이켜보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조작해 퍼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그것이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선거에서도 허위사실이나 비방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에 대한 오해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비방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더라도 인터넷이나 SNS에 후보 등에 관한 허위사실이나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상의 허위사실유포나 비방행위를 차단·억제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허위사실공표나 비방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강력한 대처가 요구된다. 유권자들도 허위사실이나 비방에 현혹되지 말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후보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후보들의 행적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과 정책, 비전이다. 대통령직은 ‘잘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막중한 자리다. 구체적인 국정철학을 알아보고 정책·공약과 비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중앙선관위가 이번 대선에 있어서의 10개 정책의제를 제시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정책선거로 이끌고자 하는 긍정적인 노력이라 하겠다. 거기에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경제와 복지의 조화, 공교육, 대북정책, 복지실현, 사회안전망 구축, 경제적·사회적 균형발전 등 국가적 과제와 국민적 관심사가 망라되어 있다.
후보들은 이런 정책의제에 대해 어떤 대안과 실행방안을 갖고 있는지,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학계나 언론, 관련단체 등에서는 후보들이 제시하는 각종 정책대안의 실현가능성과 문제점, 각 대안 간 모순점 등을 검증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정책 등을 비교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가 더 나쁜지를 기준으로 ‘차악을 선택’하는 과거지향적인 선거가 아니라 어느 후보가 더 훌륭한지를 기준으로 ‘최선을 선택’하는 미래지향적인 선거가 되도록 유권자와 정치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기선(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