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공천뇌물 vs 공천헌금

입력 2012-08-27 18:35

헌금(獻金)은 크게 봐서 두 개의 뜻을 갖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①돈을 바침, 또는 그 돈. ②(기독교) 주일이나 축일에 하나님에게 돈을 바침, 또는 그 돈’이라고 돼 있다. ②번의 뜻과 비슷한 말로는 연보, 연보금, 연봇돈, 연조금 등이 있다.

기독교인이 내는 헌금으로는 십일조, 다양한 종류의 감사헌금, 주일헌금, 건축헌금, 선교헌금 등이 있다. 태풍이나 폭설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할 때 걷는 구제헌금도 있다. 헌금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이 십일조다. 십분의 일을 낼 때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세전(稅前)으로 해야 한다는 설과 세후(稅後)로 해야 한다는 설로 나뉘어 있다.

십일조는 재산이나 소득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으로 구약성경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말라기 3장 10절)

신자 중에는 십일조를 내지 않을 경우 하나님께서 재정적 부담을 지워 그만큼을 회수해 간다고 믿는 이도 있다. 아주 옛날에는 십일조를 가축이나 농작물 등 재물로 바쳤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돈으로 낸다. 일부 신자들은 은행계좌로 이체하거나 신용카드로 내기도 한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검은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들이 공천헌금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11일 주최한 ‘통일 골든벨’ 행사에서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천헌금 받아 처먹은 X’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폭로도 이어졌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의원은 “(과거에) 비례대표 1번부터 10번까지는 얼마, 11번부터 20번까지는 얼마,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며 “저 같은 경우 단돈 1원도 내지 않고 들어가니까 모든 사람들이 제게 화살을 퍼부었다”고 폭로했다. 박 전 의원은 “정당이 교회도 아닌데 무슨 헌금을 내느냐”며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뇌물”이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해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은 뇌물(賂物), 뇌사(賂謝), 뒷돈일 뿐이다. 마음과 정성이 깃든 헌금이 아니다. 정당 역사상 계속되고 있는 공천뇌물의 악습을 청산해야 할 때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