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쟁] “모바일 소프트웨어 혁신엔 되레 걸림돌”

입력 2012-08-27 19:13

디자인 특허 보호를 명분으로 애플의 완승을 선언한 애플·삼성 간 특허침해 소송 평결이 모바일 소프트웨어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도한 특허 보호가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에 외려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애틀의 한 디자인 회사 임원인 빌 플로라는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이 다른 회사 것을 베끼기만 하지 않고 디자인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 평결은 ‘지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은 앞으로 기기 디자인을 할 때 세세한 요소 하나하나를 타 회사의 특허에 속하는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이는 디자인에 필수적인 창의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플로라는 애플의 터치스크린 기능이나 멀티터치(pinch-to-zoom)를 두고 “타이어의 둥근 바퀴처럼 흔해졌다”고도 말했다.

소비자들이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의 스마트폰을 살 것인지도 의문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 총괄매니저 찰리 킨들은 “모바일 개발자들과 판매 회사들이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어느 기기가 어떤 애플리케이션(앱)과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그 예로 MS의 윈도폰이 애플의 아이폰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과 대담한 서체, 창조적인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는 점을 들었다. 애플, 삼성 등 경쟁사들이 이미 스마트 모바일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MS와 손잡은 노키아는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기존의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윈도폰의 새로운 체계를 낯설어하는 것도 이유다. 티머시 홀브룩 에모리대 교수는 “이번 평결로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업도 다른 이들의 지적재산권을 도용할 수 있는 백지위임장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게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든 배심원단의 평결이었다. 배심원 대표 벨빈 호건은 삼성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MS를 이번 평결의 ‘숨은 승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제조사들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윈도폰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