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LPGA 최연소 우승… ‘15세 챔프’ 골프 새역사

입력 2012-08-27 21:20


서울에서 태어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15)가 세계 골프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월 남녀 통틀어 프로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리디아 고는 이번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룬 대기록이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측은 즉각 리디아 고의 이름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존 필립 키 총리가 가족에게 축하 전화를 하고, 전 언론이 ‘신동의 탄생’을 앞 다퉈 보도하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는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골프장(파72·642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 에비앙 마스터스 챔피언 박인비(24)에 3타차 앞선 완벽한 우승이다. 1997년 4월 24일생(15세4개월2일)인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9월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16세7개월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알렉시스 톰슨(미국)의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무려 1년3개월 앞당겼다. 또한 아마추어 선수로는 다섯 번째이자 1969년 조앤 카너(버딘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3년 만에 LPGA 투어 정상에 오른 선수가 됐다.

리디아 고는 5살 때 서울 대방동 실내연습장에서 처음 골프를 배웠다. 1년 뒤 소질이 보이자 부모는 뉴질랜드로 이주했고 9살 때부터 대회에 나갔다. 12살이던 2009년 뉴질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대학생들을 물리치고 우승,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유럽 투어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프로대회 세계 최연소(14세9개월) 우승을 차지해 이름을 알렸고, 지난 13일에는 아마추어 최고 권위 대회인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파인허스트 스쿨에 재학 중인 리디아 고는 3년 후 프로로 전향한 뒤 재미동포 미셸 위처럼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해 골프와 학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2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리디아 고는 좋아하는 연예인인 소지섭을 만나고 싶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리디아 고는 9년 전인 2003년 뉴질랜드로 간 뒤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방송을 자주 보면서 모국어를 잊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유창한 영어로 소감을 밝힌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 컷만 통과하자고 마음먹고 출전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믿어지지 않는다”며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