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여전’… 감신대 김홍기 총장·하버드대 김진씨 스토리
입력 2012-08-26 20:07
신학자 꿈… 세속의 명예 버리다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버지의 길을 따라 딸도 신학자를 꿈꾼다. 오는 28일 감신대 총장직을 내려놓는 김홍기(63) 교수와 하버드대 신대원 박사과정에 합격한 김진(28)씨의 이야기다.
김 교수는 감신대와 연세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미국 드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2년부터 감신대에서 교회사를 가르쳤다. ‘세계기독교 역사이야기’ ‘존 웨슬리 신학의 재발견’ 등을 저술한 김 교수는 웨슬리신학연구소 소장과 실천처장, 신학대학원장 등을 거쳐 2008년 감신대 총장에 취임했다. 김진씨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하고 구글 본사에서 일하다 신학의 길로 들어섰다.
-구글에서 근무하다가 부친처럼 교회사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진=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스탠퍼드대 영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구글에서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근무했습니다. 광고영업이 주된 업무였는데 매주 70시간 이상 일을 했어요. 높은 연봉과 보너스, 좋은 근무여건, 스톡옵션도 있었지만 격무에 시달리면서 영적 기쁨이 없었어요. ‘이게 진짜 의미 있는 일일까’하는 의문마저 생겼어요. 영성수련회에 참석하고 기도와 소그룹 상담을 하면서 소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광고 비즈니스보다 하나님의 부르심 대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2009년 하버드대 신대원 목회학 석사 과정에 입학한 거죠.
△김홍기=딸아이가 둘 있는데 얘가 막내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6학년을 한국에서 공부했어요. 김활란 박사처럼 민족과 교회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미국명도 헬렌 김으로 지었죠. 딸아이는 ‘성령의 제국 감리교’의 저자로 보스턴대 교회사 교수를 역임하고 하버드대 신대원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햄튼 교수의 지도로 다음 달부터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박사과정에서 19·20세기 복음주의 역사를 전공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르심이 있었나요.
△김진=한인교포 2세들의 신학적 영성에 관심이 많아요. 저 역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잖아요. 저 같은 2세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요. 미국에서 태어나 한글도 잘 모르는데다 한국문화도 낯설었는데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아버지의 유학공부 때문에 미국에서 이사도 많이 다녔어요. 당시엔 힘들고 어려웠지만 성인이 되고선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게 한 웨슬리라는 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종교와 신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대해 눈뜨게 된 거죠. 아버지는 17·18세기 웨슬리신학을 전공했지만 저는 19·20세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미국교회의 연관성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박사과정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습니까.
△김진=조용기 하용조 홍정길 이동원 목사님 등 미국과 한국의 기독교를 연결시킨 지도자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요. 특히 19·20세기 복음주의 운동이 한국과 미국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딸은, 딸 입장에서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요.
△김진=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 재미있어요. 아버지와 상당시간 떨어져 있어 대화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신학과 역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점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해요. 석사학위 논문도 아버지가 직접 밤늦게까지 보시고 코멘트를 직접 해주셨어요.
△김홍기=한국교회사 중 해외 선교사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이 주고받은 영향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요. 아이가 심성이 착하고 기도를 많이 하는데 집중력도 대단해요. 탁월한 설교자이자 학자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1세기 신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김진=21세기 기독교인들이 신앙만 강조하는 성향이 강한데 부족한 소견으론 신학과 신앙이 같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부흥강사가 던지는 감성적 설교만으로, 교회와 신앙이 분리된 신학자의 연구만으론 부족하듯 두개의 원칙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고 봐요.
△김홍기=예수를 믿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처럼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시대입니다. 교회를 살리기 위해선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이 필수입니다. 복음주의가 아니고선 대안이 없어요. 21세기 선교는 웨슬리 영성과 신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총장님은 은퇴 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김홍기=안식년을 갖고 명예퇴직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세계가 나의 교구’라는 웨슬리의 말처럼 중국 케냐 인도 미얀마 방글라데시 피지 등 전 세계를 다니며 교수사역을 할 겁니다. 한국교회는 감리교회의 본산인 영국감리교회 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를 살려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