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삼성 특허침해 평결] 美배심원 대표 벨빈 호건 “아이폰 불 끄고 바라보니 독창적…”
입력 2012-08-26 19:33
“방의 불을 끄자. 그리고 아이폰 화면을 보자.”
삼성과 애플의 재판에서 평결을 내린 9명의 배심원들은 3일간의 심의 기간 중 이틀째 되는 날, 애플의 화면 디자인이 과연 보호받아야 할 특허에 해당되는지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설전을 벌여도 결론이 나지 않자 이들은 결국 최종 판단을 위해 방의 불을 끄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결론을 내렸다. 애플의 디자인은 독창적이었다.”
배심원 대표인 벨빈 호건(67)이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자신들의 평결 과정을 이같이 설명하면서 고심 끝에 공정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 고위 임원의 영상 증언을 보고 삼성이 의도적으로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기업도 다른 이의 지적재산권을 도용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장을 받아선 안 된다”면서 “이런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삼성이) 충분히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벌칙이 필요하다는 게 배심단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최종평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배심원들은 단 3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호건은 “배심원 중에 엔지니어와 법률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주장한 27억5000만 달러의 배상금이 지나치다고 판단했고, 삼성의 관련 기기 판매이익률도 애플이 주장한 35.5%가 아니라 삼성이 내세운 12%에 가깝게 책정했다고 호건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건 자신이 바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분야에서 35년간 일하면서 동영상 압축 소프트웨어 특허를 가진 인물이라고 보도하면서 “최종 평결이 특허소유자와 엔지니어에게 치우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퍼드 법대 마크 렘리 교수는 “배심원 중에 관련 분야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마다 나머지 배심원들이 그의 얼굴을 쳐다봤을 것이고 그 사람이 결국엔 배심원 대표까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배심원 중에는 기계엔지니어와 벤처기업 임원도 있었지만, 가정주부와 자전거가게 직원, 고졸 건설노동자 등도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