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삼성 특허침해 평결] 애플, 진짜 타깃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큰 타격

입력 2012-08-26 21:51

“안드로이드와는 핵전쟁이라도 할 수 있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다짐한 대로 24일(현지시간) 애플의 특허소송 승리로 안드로이드 마켓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구글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개발자이면서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낸 이유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하는 곳 중 가장 덩치가 큰 회사를 고른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그간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이번 평결로 삼성 소니 LG 등의 신제품 출시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진짜 타깃이 구글이라는 정황은 최근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달 애플은 새 운영체제에서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앱을 삭제했다. 구글 지도 대신 자체개발한 지도를 탑재하기도 했다.

애플은 또 중국에 판매하는 자사 제품들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바이두로 바꿨다. 이에 따라 구글도 이번 소송 과정에서 법률자문을 하는 등 음으로 양으로 삼성을 지원해 왔다고 미국의 IT전문매체 씨넷이 전했다.

이번 소송 결과로 LG HTC 모토로라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여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다급해졌다. 애플은 삼성을 꺾은 기세를 몰아 언제든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디자인과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경쟁업체가 물어내야 할 로열티를 ‘애플세(Apple Tax)’라고 표현하고 “휴대전화들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과 애플의 보이지 않는 전쟁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이 언젠가는 ‘진검승부’를 벌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에 승리가 돌아간 가장 큰 이유가 구글이 삼성에 보낸 이메일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법 배심원 대표인 벨빈 호건(67)씨는 “구글이 삼성에 ‘애플과 디자인을 다르게 하라’고 보낸 메모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성과 구글 모두에 해가 되긴 했지만, ‘애플의 적들’의 공조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셈이다.

한편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24일 구글 자회사 ‘모토로라모빌리티’가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서 애플이 모토로라모빌리티의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소송은 삼성·애플 간 치열한 ‘특허 전쟁’ 와중에 구글이 애플을 상대로 직접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