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사교육… ‘에듀푸어’ 305만명
입력 2012-08-26 22:21
중소기업에 다니는 강은철(48)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초등학생 아들 남매를 두고 있다. 외벌이인 강씨의 월급은 얼마 안 돼 매달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고 생활비를 쓰기에 모자란다. 게다가 두 아이 학원비로만 매달 12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강씨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을 원하는데다 학원을 그만두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몇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적자가 불어나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씨처럼 가계가 적자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자녀 교육비를 평균 이상 쓰는 이른바 ‘교육 빈곤층’이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가리켜 ‘에듀푸어(Education Poor)’라고도 부른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교육 빈곤층은 82만4000가구(305만명)로 지난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전체 632만6000가구 의 13%를 차지한다.
교육 빈곤층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이들은 지난해 월평균 313만원을 벌어 평균 86만8000원을 자녀 교육비로 썼다. 자신들의 소득 28.5%를 자녀 교육비로 쓴 것이다.
교육비 지출이 있는 전체 가구의 평균소득은 433만4000원이고 평균 51만2000원을 교육비로 지출 해 교육비 비중이 18.1%인 것과 차이가 난다.
교육 빈곤층은 한 달에 313만원을 벌고 381만5000원을 지출해 매달 68만5000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이들이 교육비로 전체가구의 평균 교육비(51만2000원)만큼만 쓴다면 매달 적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식료품이나 의류, 주거, 교통, 보건 등 교육비 이외의 모든 부분에서 전체 가구보다 지출을 줄였지만 교육비만큼은 줄이지 못했다.
또 교육 빈곤층의 73%는 중산층이다. 또 이들 중 대졸 이상 학력의 40대 중산층은 31.7%를 차지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교육 빈곤층의 73%가 중산층임을 고려하면 이들이 하위계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