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파행] 非文측 “통합진보 사태보다 심각”… 당 중재안 잇따라 거부

입력 2012-08-26 19:02


민주통합당 제주 순회경선이 치러진 25일 오후 8시. 문재인 상임고문이 압도적 1위를 했다는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경선 현장인 제주시 오라1동 한라체육관에 있던 ‘비(非)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당황한 얼굴에선 “이럴 리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한 시간쯤 후 “모바일 투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퍼지면서 당혹감은 분노로, 경선은 파행으로 접어들었다.

◇비문(非文) 진영 심야회동, “이대로는 못한다”=비문 진영 대리인들은 오후 10시쯤 제주시내 한 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손학규 상임고문 측에서는 조정식 김우남 의원과 김유정 대변인 등이, 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에서는 이호웅 상임경선대책본부장과 안민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세균 상임고문 측 전병헌 의원은 경선 직후 서울로 올라갔기 때문에 전화로 논의에 참여했다. 이들은 회동 한 시간 만에 “50% 가까이 기권표가 나온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모바일 투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새벽 1시쯤 ‘기권표에 대한 설명과 모바일 투표 개선책이 없으면 경선에 불참한다’는 합의문이 도출됐다. 그러나 정 고문 측이 “불참은 신중해야 한다”고 하고 당 지도부가 만류해 발표되지는 않았다.

후보들도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밤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간 손 고문은 “제주에서 당장 철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 전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상하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김 전 지사 캠프 관계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모바일 경선 부정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며 “문 고문 측이 1차에서 끝내려고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고문 캠프는 당초 45∼55%의 득표율을 예상했다가 기대치를 웃도는 결과가 나오자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고문은 저녁 자리에서 “큰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12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제의하기도 했다.

◇당황한 지도부 “재투표 없다”→“재검표 후 재투표”=이해찬 대표는 26일 오전 7시 제주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모바일 투표에 좀더 명확한 안내 문구를 넣자는 ‘1차 중재안’을 내놨다. 김승남 당 선관위 간사는 오전 10시30분 김해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그러나 비문 진영은 거절했고 낮 12시45분쯤 손 고문 측이 “재투표 및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다급해진 최고위는 당 선관위와 합동 간담회를 열어 ‘제주, 울산 모바일 투표 재검표 후 재투표’라는 ‘2차 중재안’을 내놨지만 비문 진영 설득에 실패했다.

손·정 고문과 김 전 지사 등은 오후 2시40분쯤 울산시내 모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비공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세 후보는 경선에 대한 총체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비문 진영에서 향후 지도부와 선관위의 책임론도 제기할 것으로 보여 파행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울산 제주=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