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1부) 비상등 켜진 개인의 정신세계] “국가 차원 PTSD센터 설립 절실”

입력 2012-08-26 18:40


환자 관리·치료 실태와 개선책

“우리나라는 PTSD 고위험 사회다. 직장인 스트레스 아시아 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 세계 1위, 강간 발생 보고율 세계 2위 등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돼 있다. 국가 차원의 PTSD센터 설립이 절실한 이유다.”

대한외상성스트레스연구회 채정호(가톨릭의대 교수) 회장은 26일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지난 30여년간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 대형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면서 “하지만 사고 피해 당사자들은 적절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채 교수는 “내년 2월이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10주년인데 생존자와 가족들의 정신건강이 어떤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년 뒤 계명대 의대의 연구 결과는 이 사건 생존자 129명 중 49.6%(64명)가 PTSD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후 그들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태 파악과 추적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게 채 교수의 지적이다. 지진 등 자연재난이 많은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효고현에 PTSD연구소를 설립하고 ‘재해지역 정신보건의료 활동지침’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채 교수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과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피해 군인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사건의 생존자나 목격한 장병들 중 상당수가 PTSD를 겪고 있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하면 개인에게 모든 치료책임이 떠맡겨지고 파악조차 안 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1989년 보훈처 직속의 국립PTSD센터를 설립해 파병 군인들의 정신질환 사전예방과 전문 치료, 제대 후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군수도병원, 보훈병원 등에 PTSD클리닉을 개설하는 등 군장병 정신건강 케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소방방재청도 2007년부터 16개 시·도에 17개 재난심리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재난 경험자의 정신적 충격, 심리적 고통 해소를 돕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질환 예방 차원일 뿐 PTSD 환자 치료는 여전히 개인 몫으로 남아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6월 강력범죄 피해자 심리치료를 위한 ‘스마일센터’를 개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처별로 제각각인 PTSD 환자 관리 및 치료 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전체적으로 조율할 국립PTSD센터가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