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내 삶 이끌었다”… 미국 대선 후보 오바마·롬니, 신앙관 인터뷰서 한목소리
입력 2012-08-26 18:31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신앙관은 어떨까. 두 후보 모두에게 종교 문제는 정치적 지뢰밭이나 다름없어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왔고 최근에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해 기독교계로부터 비난받았다. 롬니 공화당 후보는 기독교가 아닌 모르몬교도라는 종교적 정체성이 치명적 결함으로 꼽힌다.
미국 성공회 워싱턴 대성당이 발행하는 계간지 ‘커시드럴 에이지’는 지난 21일 오바마와 롬니 후보의 신앙관에 관한 서면 인터뷰를 보도했다. 두 후보가 종교 관련 인터뷰를 꺼려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터뷰다. 워싱턴 대성당은 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미 대통령 상당수의 취임 기도회가 열린 영적인 중심지다.
두 후보는 인터뷰에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나를 지탱하고 이끌어왔으며, 신앙은 미국의 공공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나님께서 매일 내 삶을 이끌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앙은 다른 무엇보다도 내게 안도감과 균형감을 준다”면서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을 늘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여전히 그의 종교를 의심하는 것에 대해선 “예수님에 대한 나의 믿음이 진짜임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내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선 공화당 유권자의 30%가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으로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좋아하는 성경구절로 이사야 40장 31절(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 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과 시편 46장을 꼽았다. 또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마음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롬니 후보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종교명(모르몬)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인류의 구세주임을 믿는다”고 말해 종교적 이질감을 희석시키려 애썼다. 그는 정치지도자의 신앙에 관한 질문에 “교파와 상관없이 인류 평등, 타인에 대한 봉사, 자유를 향한 헌신과 같은 미국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교회와 국가의 경계는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해 기독교 단체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과 차이를 보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