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아파트 감나무

입력 2012-08-26 18:30


아파트와 감나무는 별로 익숙한 그림이 아니다. 전원주택과 감나무라면 모를까. 그런데 내가 사는 아파트 현관 입구에 제법 큰 감나무가 경비원처럼 버티고 서있다. 평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도 여름 더위가 지날 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확인하곤 한다. 감이 열렸는지, 얼마나 커졌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는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보기 좋네. 그런데 저 감들은 누가 따가죠. 누군 먹고, 누군 구경도 못하나. 감들은 누구 소유죠” 등등. 아마 높은 곳에 있는 감들을 쪼아 먹는 새들끼리도 수다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모두에게 가을의 정취를 더하기 때문일 뿐더러 역시 먹는 일은 모두의 관심사이기도 하니까.

휴대전화 카메라로 한 컷 했다.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삭막한 도심의 아파트에 그래도 붉은 감색을 찍어주니 보기도 좋지만 당당하게 “나 여기 살아있다”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좋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에 보란 듯이 열매를 맺는 아파트 감나무를 보며 올가을 영글 내 인생의 열매도 생각해본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