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부속中 문제학생 ‘그룹 멘토링’ 봉사 김성수 전도사

입력 2012-08-26 17:57

지난 21일 오후 서울 대신동 이화여대 사범대 부속중학교. 수업이 다 끝나자 2학년 남학생 7명이 왁자지껄하며 교목실로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교목실에서 기다리던 김성수(30) 전도사와 함께 체육관으로 가서 농구시합을 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한 교사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각 반의 ‘인물’들이 여기 다 모였네”라고 말했다.

김 전도사가 3년 전부터 정기적(주 1회)으로 실시하는 그룹 멘토링 현장이다. 담임교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수업시간에 과잉행동을 하거나 급우를 심하게 괴롭히는 ‘문제아’들을 모아놓고 인성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김 전도사의 멘토링은 일방적인 설교나 지루한 상담과는 거리가 멀다. 친형처럼 아이들과 어울려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하고 신나게 노는 방식이다.

김 전도사는 이날도 2시간 동안 농구한 뒤 아이들을 자신이 사역하는 성산동 꿈의교회로 데려와 함께 밥을 지어먹고 저녁 늦게까지 노래와 게임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아이들에게 멘토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일상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멘토링 때문에 학교에 와요. 매일 전도사님을 보고 싶어요. 성적도 평균 40점이나 올랐어요”라는 대답이 쏟아졌다.

이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교로부터 간식비 정도만 지원받을 뿐 김 전도사가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다. 김 전도사는 “학창시절 가난과 가정불화로 방황하다 신앙을 갖게 된 경험 때문에 엇나가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여 이 일을 한다”고 했다.

멘토링이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김 전도사는 “기도실에 마주앉아 대화하는 방식이었는데 아이들이 잘 반응하지 않았다”며 “학생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문제가 큰데 그건 손도 못 대기 때문에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뒤 멘토링 방식을 활동 위주로 바꿨다. 훈계하는 어른이 아니라 편한 형이 돼주니 마음의 벽이 금세 허물어졌다. “같이 밥 먹고 설거지하다 보면 아이들이 아버지의 부재(不在)나 폭행과 같은 내밀한 얘기를 자연스레 털어놓습니다.”

이대부중 교목실 이현숙 목사는 “문제학생 대부분이 결손가정에서 돌봄 없이 방치된 아이들인데 멘토링을 받으면서 많이 변화됐다”며 “마음 붙일 곳을 찾게 돼서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멘토링을 2년간 받다가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한 7명은 지금도 꾸준히 김 전도사에게 연락하고 교회로 놀러오기도 한다. 김 전도사는 “싸움 1등이던 학생은 고등학교에서 유도를 배우고 있고 게임 폐인이던 학생은 만화 공부를 시작했다”며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멘토링 과정에서 직접적인 신앙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학생들이 제 발로 교회에 나오고 있다. 올해 멘토링에 참여한 8명 중 신앙이 없던 5명이 모두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현숙 목사는 멘토링에 대해 “학교에선 문제학생이 순화되고 교회에선 선교를 할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