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바일투표 덫에 걸린 민주당 경선

입력 2012-08-26 20:22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경선이 출발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소위 비문(非文·비문재인) 후보들이 첫 경쟁지인 제주지역에서 문 후보가 압승을 거둔 직후 모바일 투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선 보이콧을 시사하고 나선 탓이다. 이들은 제주는 물론 이미 완료된 울산의 모바일 재투표까지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어제 오후로 예정됐던 울산지역 경선이 파행을 겪었다.

비문 후보들은 기호 1번에서 4번까지 후보 이름을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하면 기권 처리된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현재의 모바일 투표 시스템이 기호 4번인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권자가 안내 멘트를 모두 청취하지 않은 채 지지 후보가 거명되자마자 한 표를 행사한 뒤 휴대전화를 끊을 경우 기권표로 처리돼 기호 1∼3번인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후보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표심마저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봉합하기 위해 안내 멘트 수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4명의 후보 이름을 모두 듣지 않고 투표할 경우 기권 처리된다는 것과 ‘삐’ 소리가 난 이후에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추가하기로 했다. 후보 이름을 호명하는 중간에 투표하면 기권이 된다는 경고를 포함시키고, 투표시점을 명확히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선거 와중에 룰을 바꾸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제주와 울산에서 모바일 투표에 참여했지만 기권으로 처리된 유권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키로 했다. 그 비율이 1% 이상 되면 이들을 상대로 모바일 투표를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24일 밤에는 모바일 투표 개표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견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중대한 선거임에도 민주당의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모바일 투표의 경우 이미 한계를 많이 드러냈다. 조직선거와 돈선거를 없애고 젊은층의 정치 참여와 투표율 향상을 위해 고안됐지만, 선거인단 모집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등 폐해가 나타났다. 4·11 총선 직전 광주에서 발생한 선거인단 모집책 투신 자살사건 파문이 대표적 사례다. 실명 확인과 개인 인증 절차에도 허점이 있어 법적·기술적·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은 이를 간과한 채 모바일투표 만능주의에 빠진 결과다.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지금이라도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

비문 후보들은 경선 보이콧 운운하지 말고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까 생떼를 쓴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경선에 참여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