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듀푸어 양산하는 학력중시사회와 결별을
입력 2012-08-26 20:20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계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교육빈곤층’이 305만명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저임금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워킹푸어(근로빈곤층), 담보대출로 집은 샀으나 원리금 상환에 지쳐있는 하우스푸어(유주택 빈곤층)에 이어 ‘에듀푸어(education poor·교육빈곤층)’가 또 하나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빈곤층은 부채가 있고 지출이 많은 상태임에도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 가난하게 사는 가구다. 보고서는 지난해 자녀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632만6000가구 중 82만4000가구(13%), 가구원수 305만명으로 추정했다.
교육빈곤층의 특징은 소득이 전체 가구 평균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비 지출액은 더 많고, 소득 중 교육비 비중이 매우 높다. 가구주의 주류는 대졸 이상 학력의 40대 중산층이다. 교육빈곤층은 감당하지 못하는 교육비 때문에 의식주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추정된 교육빈곤층 중 60만5000가구(73.3%)가 중산층에 속했는데 이들이 지출하는 교육비 중 중·고교의 경우 85.6%가 사교육비였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학력중시 풍조가 만연되면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들조차 자녀교육에 올인한 결과다.
단기적으로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한편 교육 재정을 늘리는 학자금 융자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빚을 지더라도 교육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낡은 인식으로부터의 탈피다. 이는 중장기적 과제로 기존의 학력중시 사고로부터의 결별이 전제돼야 한다.
지나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교육열이 높은 것은 나무랄 바 없으나 과도한 열정은 당사자인 학생 자녀들의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켜 왕따나 이지메를 양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비용부담 때문에 교육빈곤층 가구구성원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기에 범사회적 각성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