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눈 찔렀던 무리뉴, 감독된 빌라노바에게 호되게 당하다… 바르셀로나 시즌 첫 엘 클라시코 승리

입력 2012-08-24 19:11

24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경기장. 악연으로 얽힌 두 남자가 만났다. 티토 빌라노바(42) FC바르셀로나(바르사) 감독과 조제 무리뉴(49) 레알 마드리드(레알) 감독. 둘의 첫 일합은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페르코파(Supercopa) 1차전을 보러 온 한 여성 팬은 “그들은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지만 우리는 공을 네트 안으로 찔러 넣는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흔들었다. 지난해 8월 같은 대회,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결승전 때 무리뉴 감독이 경기에 패한 뒤 흥분해 빌라노바 당시 수석코치의 왼쪽 눈을 손가락으로 찌른 사건을 비꼰 것.

빌라노바 감독은 1년 만에 그날의 아픔을 무리뉴 감독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줬다. 바르사는 후반 11분 페드로의 동점골, 후반 25분 리오넬 메시의 페널티킥 골, 후반 33분 사비의 결승골로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10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딩골로 앞서 나간 레알은 후반 40분 바르사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의 실수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빌라노바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41)에게서 사령탑 자리를 물려받은 후 치른 첫 ‘엘 클라시코’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볼 소유권을 틀어쥔 채 상대의 숨통을 옥죄는 팀 컬러를 유지하며 위기들을 잘 넘겼다는 평을 받았다. 바르사의 ‘점유율 축구’에 레알은 역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빌라노바 감독은 2007년부터 과르디올라 전 감독과 함께 바르사의 전성기를 이끌어 왔다. 이번 시즌 데뷔전이었던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기술 축구로 5대 0 대승을 이끌었다.

빌라노바 감독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쳤고 대부분의 시간을 지배했다. 레알을 상대로는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차전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특히 레알 같은 팀은 적은 찬스에서도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반면 무리뉴 감독은 “바르사의 첫 골 장면에서 부심이 큰 실수를 범했다. 우린 전반전 땐 별로였지만, 후반전 때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 줬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과르디올라와 무리뉴의 싸움은 전설이 됐고, 이제 빌라노바와 무리뉴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편, 수페르코파는 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레알 마드리드)과 국왕컵인 코파 델 레이 우승팀(FC바르셀로나)이 홈 앤드 어웨이 두 차례 대결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로 두 팀은 30일 새벽 5시30분 레알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차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