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애플, 라이선스 계약없이 표준특허 무단 사용”

입력 2012-08-24 21:42


24일 끝난 삼성·애플 특허소송은 통신기술과 디자인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삼성 측이 침해한 기술은 현재 주력제품에 사용되지 않지만 애플이 침해한 기술은 삼성이 국제 표준특허로 지닌 기술이어서 사실상 삼성의 승리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릐애플, 삼성 기술 2개 침해=법원은 삼성의 통신 관련 국제 표준특허 2개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소송에서 “프랜드(FRAND) 선언을 한 삼성이 표준특허에 대한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프랜드 선언은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우선 제품을 만든 뒤 나중에 적정한 특허기술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다. 표준특허권자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보호제도로 삼성은 1988년 프랜드 선언을 했다. 이를 근거로 애플은 삼성이 표준특허 기술사용을 허락해줬으니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특허 싸움에서도 애플은 같은 전략을 펴 승소했다.

국내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의 프랜드 선언 이후 라이선스 계약 요구 없이 무단으로 표준특허를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특허를 사용했지만 사용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이 프랜드 선언은 했지만 이후 양측이 특허사용료 합의를 못했으니 삼성 측의 특허침해 소송은 권리남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애플이 라이선스 계약보다는 소송을 통해 사용료를 지급하려는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릐삼성, 애플 기술 1개 침해=재판부는 삼성이 애플의 ‘바운스 백’ 기술 일부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밀어서 잠금해제’ ‘길게 눌러서 아이콘 재구성’ 등 애플의 주요 기술과 디자인·아이콘 배열 등은 특허침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폰 외형 디자인을 갤럭시가 베꼈다는 애플 주장에 대해서도 “제품 뒷면의 로고와 전면 하단부의 버튼 등이 다르고, 소비자들도 외관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판시했다. 양 제품이 헷갈리지 않고, 일부 디자인이 아이폰보다 먼저 제작된 선행 제품에서도 보여 디자인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애플 측에 특허 위반 제품의 판매 중단을 지시했지만 곧바로 유통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제품 판매 중단 조치를 시행해 달라는 의사를 법원에 밝혀야 하고, 이후에도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특허소송 전문 변호사는 “항소심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 엄청난 배상액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양측이 판매 중단 집행을 신청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